금융감독원이 지난 24일 발표한 라임자산운용 추가 검사 결과가 정치권의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전직 국회부의장인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혜 환매 의혹’ 펀드의 수익자로 밝혀지면서다. 국민의힘은 “왜 전대미문의 범죄에는 늘 민주당이 등장하냐”며 정치권의 외압 및 특혜 여부를 밝혀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김 의원이 판매사의 권유에 따라 정상적인 환매 절차를 밟았을 뿐이라며 의혹을 제기한 금감원에 사과를 요구했다.

○與, ‘특혜 환매’ 의혹 총공세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금감원이 실시한 재조사에서 라임자산운용이 환매 중단 직전 민주당 국회의원에게 특혜성 환매를 해준 정황이 적발됐다”며 “금융 범죄 사기극에 가담한 권력자들이 누구인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운용은 2019년 10월 자사 펀드에 대한 전면적 환매 중단을 선언하기 한 달 전인 9월 3일,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라임마티니4호 펀드’에 가입한 김 의원을 포함해 16명에게 펀드를 환매해줬다. 이들은 모두 미래에셋으로부터 환매를 권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라임운용이 자기자본(4억5000만원)과 다른 펀드 자금(125억원)까지 동원해 환매 요구에 응한 만큼 특혜의 정황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상희 “수천만원 손해 보고 팔아”

김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에 나섰다. 그는 “특혜성 환매는 모두 어불성설이며, 나는 수천만원의 손해를 보고 증권사의 권고에 따라 펀드를 팔았을 뿐”이라며 “이복현 금감원장이 내년 총선을 노리고 라임 사태 피해자들의 분노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명 과정에서 김 의원과 이 원장 간 ‘진실 공방’도 펼쳐졌다. 김 의원은 “이 원장을 면담한 한 시간 동안 다섯 번에 걸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며 “금감원장이 진실을 알릴 때까지 금감원에서 농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이 원장이 김 의원에게 사과하거나 유감을 표명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선 “환매 권유 가능했던 상황”

업계에선 마티니4호가 실시간으로 펀드 기준가와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는 개방형 펀드고, 환매도 자유로운 만큼 미래에셋의 환매 요청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미래에셋 역시 운용사 평가를 통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환매를 권유했다는 입장이다.

한 전문 사모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당시 라임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가 이뤄진 시점이었고, 2억원을 투자해 1억5400만원을 돌려받았다는 김 의원의 주장을 고려하면 환매 당시 25% 정도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비공개 정보 없이도 합리적으로 환매를 권유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라임이 왜 고유 자금과 다른 펀드 자금을 동원해 환매 요구에 응했는지가 ‘특혜 의혹’의 향방을 가를 쟁점으로 분석된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해 미래에셋 측 자산을 지키고, 당장의 고비를 넘기기 위해 무리한 환매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래에셋 측은 “당시 환매를 담당한 본사 직원은 고객의 직업이 국회의원인지 몰랐다”며 “김 의원을 포함한 16명의 고객에게 절차에 따라 환매를 권유했다”고 밝혔다.

전범진/선한결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