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경기도 파주 일대에서 기존 모델과 확 달라진 신형 싼타페('디 올 뉴 싼타페')를 타봤다. 신형 싼타페는 2018년 4세대 출시 이후 5년 만의 5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로, 기아 쏘렌토에 내준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왕좌'를 되찾아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신형 싼타페. 현대자동차 제공.
신형 싼타페. 현대자동차 제공.
이를 위해 싼타페는 외관 디자인을 확 바꿨다. 개발 초기부터 쏘렌토와 겹치는 도심형 SUV 콘셉트에서 벗어나 '아웃도어(외부활동)' 기능성을 강조한 차량으로 만들고자 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이 3열 및 트렁크. 이 부분의 공간감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유선형 디자인을 버리고 네모난 형태(박스 타입)의 디자인을 채택했다. '각진 SUV'라는 측면에서 갤로퍼를 떠올리게 하지만, 단순히 헤리티지 계승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란 얘기다.
신형 싼타페 실내. 영상=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신형 싼타페 실내. 영상=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이 같은 디자인을 통해 차체 크기를 키웠다. 전장은 4세대 모델 대비 45mm 늘려 4830mm로 길어졌고, 휠베이스는 50mm 증대해 2815mm로 확장됐다. 전고 역시 35mm 높아진 1720mm가 됐다.

SUV 본연의 기능인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차가 되고, '차박(차에서 숙박하는 것)' 등 외부 활동 시 차량을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트렁크 용량은 중형 SUV 중 최대인 725L로 골프 가방(캐디백) 4개와 보스턴 가방 4개를 실을 수 있다. 캐디백의 경우 가로로 싣는 것도 가능하다.
신형 싼타페 3열. 2열을 접고 3열을 펴봤다. 사진=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신형 싼타페 3열. 2열을 접고 3열을 펴봤다. 사진=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공간을 키우면서 3열 좌석도 기존 세대 대비 좀더 넓어졌다. 다만 실제 앉아보니 아무리 커졌다고 해도 중형급 SUV의 한계 때문에 준대형 팰리세이드 3열에 비해서는 불편했다. 170cm 이상 성인이 3열에 앉아 장시간 탑승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뒷공간을 확대하다보니 신형 싼타페는 테일게이트(트렁크 문)가 거대해졌다. 테일게이트를 끝까지 열면 외부 활동시 햇빛가리개 역할을 하는 '차양막' 처럼 쓸 수 있게 만들었다고 회사 측은 귀띔했다.

실제로 시승 당일 경기도 북부에 시간당 20mm가량의 비가 내렸는데 외부에 주차하고 테일게이트를 열어놓으니 비를 맞지 않을 정도로 컸다.
일반적으로 주차하 듯이 차량 뒷바퀴를 스토퍼에 붙이면 테일게이트가 벽면에 닿는다. 뒷바퀴를 스토퍼로부터 상당히 떨어뜨려야 트렁크 문이 열려도 닿지 않는다. 뒷바퀴가 아닌 테일게이트를 스토퍼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전면부가 주차선 앞쪽으로 살짝 튀어나온다. 영상=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일반적으로 주차하 듯이 차량 뒷바퀴를 스토퍼에 붙이면 테일게이트가 벽면에 닿는다. 뒷바퀴를 스토퍼로부터 상당히 떨어뜨려야 트렁크 문이 열려도 닿지 않는다. 뒷바퀴가 아닌 테일게이트를 스토퍼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전면부가 주차선 앞쪽으로 살짝 튀어나온다. 영상=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다만 테일게이트가 커지니 예상치 못한 문제도 생겼다. 주차장에서 뒷바퀴를 스토퍼에 바짝 붙여 주차하니 트렁크를 열 경우 테일게이트가 벽면에 닿았다.

현대차도 이 같은 문제를 우려해 후방 카메라 탑뷰 모드에서 빨간색으로 테일게이트 안내선을 표시해놨다. 빨간색 선이 벽에 닿으면 테일게이트가 닿는 면이니 이를 차주가 확인하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주차장 벽면과의 거리에 따라 다르겠지만 뒷바퀴가 스토퍼에서 20cm가량 떨어져야 테일게이트가 벽에 닿지 않았다.
신형 싼타페. 현대자동차 제공.
신형 싼타페. 현대자동차 제공.
주행감은 이 가격대 중형 SUV에서 느낄 수 있는 완성도는 충분히 해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신형 싼타페는 2.5L 가솔린 터보와 1.6L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등 두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운영된다.

이날 시승 차량인 2.5L 가솔린 터보 2륜 앞바퀴 굴림 모델에는 기존 세대 대비 개선된 터보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281마력, 최대토크 43.0kgf·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L당 11.0km다.
신형 싼타페. 현대자동차 제공.
신형 싼타페. 현대자동차 제공.
SUV 특유의 투박한 승차감은 이미 4세대 싼타페부터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개선된 부분이다. 에어컨을 최저온도·최대강도로 켜놓고 시동을 걸어도 엔진 떨림이 거의 없었다.

중저속에서 하체는 아주 부드러워 미끄러지듯 주행이 이뤄진다. 패밀리카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다보니 가속감보다는 부드럽고 안정감 있는 승차감에 초점을 맞췄다.

2륜 모델의 경우 이 같은 주행 성능 때문인지 스포티하게 주행의 재미를 주는 느낌은 떨어졌다.
신형 싼타페. 현대자동차 제공.
신형 싼타페. 현대자동차 제공.
곡선주로에서 회전성능도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후방부가 커지고 네모나게 설계된 차체의 물리적 특성 탓에 곡선에서 서행하지 않으면 차가 휘청이거나 뒤뚱거리는 느낌이 든다.

옵션에 따라 1800kg 안팎에 달하는 중량을 생각하면 가속감은 나쁘지 않다. 2.5L 터보 엔진의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다. 언덕을 오를 때도 마찬가지다. 세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차량 앞쪽에서 뒤쪽을 가볍게 끌고 나가는 느낌이다.

단 상품성을 고려한다면 이번 신형 싼타페에서 소비자들이 2.5L 가솔린 터보 엔진을 고를지는 의문이다.
신형 싼타페. 현대자동차 제공.
신형 싼타페. 현대자동차 제공.
1.6L 터보 하이브리드의 경우 시스템 최고 출력 235마력, 시스템 최대 토크 37.4kgf·m(엔진 최고 출력 180마력, 엔진 최대 토크 27.0kgf·m)이다.

2.5L 가솔린 모델이 약 50마력 힘이 더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하이브리드의 경우 연비가 L당 15km가 넘는다(가솔린은 L당 11km).

신형 싼타페를 경제성이 중요한 패밀리카로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 두 모델의 가격 차이가 약 350만원(동일 옵션 기준) 밖에 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가솔린보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택할 소비자가 더 많아보인다.

파주=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