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에 위판장 경매날짜 스티커 붙이며 자구책 마련
[르포] 생선 시료, 방사능 검사기 넣어보니 '이상 없음'
"울며 겨자 먹기죠. 한평생 생선 판매꾼으로 살았는데 오염수든 처리수든 가족들 먹여 살리려면 수산물을 구매할 수밖에…."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시작한 24일 수산물 경매가 열린 전남 목포수협 북항 활어위판장.
고기잡이배에 실린 10여종의 생선을 위판장으로 옮기는 어부들과 싼값으로 살이 두툼하게 오른 수산물을 구매하려는 시장 상인들로 한동안 어수선했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때깔 고운 생선들만 선별한 상인들은 플라스틱 상자 위에 열 맞춰 생선들을 진열했다.

경매를 주관하는 수협 직원에게 다가간 상인들 역시 '오늘은 어떤 어종이 좋을 것 같냐'고 물으며 막바지 경매 준비에 들어갔다.

본 경매 시작 2시간 전 위판장 한편에서는 저울을 들고 온 지역질병관리원 직원들이 시료 채취 작업을 하느라 분주했다.

방사능 검사를 위한 시료 채취 어종을 무작위로 전달받은 직원들은 적게는 2.5㎏에서 많게는 3㎏의 생선들을 시료 봉투에 가지런히 담았다.

세슘, 요오드 등 방사능 검사가 가능한 감마핵종분석기가 갖춰진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목포지원으로 향한 직원들은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는 위탁업체 직원에게 채취한 생선을 전달했다.

[르포] 생선 시료, 방사능 검사기 넣어보니 '이상 없음'
식용할 수 있는 생선 부위를 도려낸 위탁업체 직원들은 잘게 분해된 생선을 분석기에 넣어 방사능 수치상 '이상 없다'는 결과를 안내했다.

이 안내에 따라 위판장에서 경매가 시작됐고, 경매를 주관한 목포 수협 직원, 어부, 상인들은 저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열을 올렸다.

경매에 참여한 대다수 상인은 이날 개시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생선을 구매하기 꺼려지나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조기를 낙찰받은 상인 이모(68) 씨는 "오늘을 마지막 경매라고 생각하며 조기를 구매했다"며 "수산업자를 그만둘까 하는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처자식을 위해 버틴다"고 씁쓸해했다.

이어 "방사능으로 뒤섞인 생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경매받은 뒤 판매자로 팔아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소비자들의 고조된 불안 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한 상인도 있었다.

15년째 종합수산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상인 최모(64) 씨는 "오염수 방류 소식을 들은 뒤 최근 한 달 동안 생선 포장지에 경매받은 '일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며 "안전하다고만 하지 말고 나라에서 수산업자들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르포] 생선 시료, 방사능 검사기 넣어보니 '이상 없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