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이대로라면 다 문 닫아야"…오염수 방류에는 반응 제각각
[르포] "좀전 한팀 받은게 전부"…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포항 죽도시장
"지금 보세요.

점심시간인데도 손님 한 분도 없잖아요.

조금 전에 한 팀 받은 게 전부입니다.

"
24일 낮 12시께 경북 포항 죽도시장의 대게·회거리의 한 식당에 들어가자 한참 손님이 몰릴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했다.

종업원들이 조금 전에 막 나간 손님들 상을 치우자 10여개의 탁자가 완전히 텅 비었다.

한 회식당 업주는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경기가 어떠냐는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텅 빈 식당 내부를 가리키며 "그 전의 10%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 옆에 있던 다른 회식당 업주도 "이대로라면 여기 전부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비가 내렸다가 그친 이날 포항수협 죽도위판장 내에서도 어패류를 파는 난전엔 평소보다 상인과 손님 모두 줄어들어 썰렁한 모습이었다.

한 상인은 "비가 오고 날씨가 궂어서 어민들이 잡아 온 물고기가 적은 데다가 일본에서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니 상인과 손님 다 줄었다"며 "장사가 정말 형편없다"고 밝혔다.

어시장 내 다른 상인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어시장 내에는 임대나 매매로 나온 상가가 보였고 빈 점포나 좌판도 눈에 띄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소비 감소가 이제 시작이란 점이다.

이미 장사하러 나오지 않는 난전 상인도 있다고 했다.

여기엔 최근 죽도시장 인근 도로 침하로 일부 구간 통행이 통제되면서 손님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소식이 결정적이라고 상인들은 본다.

상인들은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 등이 발생했을 때 닭이나 소 소비가 줄었던 점을 고려하면 수산물 소비 감소도 당분간 이어지리라 추정한다.

그럴 경우 어시장 경기 악화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어시장을 찾은 한 50대 손님은 "아직은 괜찮을 것 같아서 회를 사러 나왔는데 방류하기 시작하면 찜찜해서 사 먹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손님은 "과학적으로 괜찮다고 하는데 다들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상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한 상인은 "정부가 괜찮다고 했으니 오염수를 직접 마시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현 정부가 제대로 대처 못 해서 시장 상인들 다 죽게 생겼다"고 비판했다.

반면 다른 상인은 "오염수가 큰 상관이 없다는데 자꾸 매스컴에서 떠드니 손님이 더 안 온다.

좀 조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수산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데에는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 등 포항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후쿠시마오염수방류반대포항시민행동은 이날 오전 죽도시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접 나라 국민 불안과 반대 목소리를 외면한 일본 정부의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결정을 규탄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우리를 더 절망에 빠뜨리는 것은 일본 정부가 아니라 우리 정부"라며 "미온적인 우리 정부와 대통령 태도는 지방 정부로 직결돼 경북도, 도의회, 포항시, 시의회는 2년 전 강경했던 반대 입장과 달리 최근까지 어떤 반대결의조차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르포] "좀전 한팀 받은게 전부"…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포항 죽도시장
[르포] "좀전 한팀 받은게 전부"…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포항 죽도시장
[르포] "좀전 한팀 받은게 전부"…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포항 죽도시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