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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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에서 최소 13개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공지능(AI)에 포트폴리오 관리를 맡기고 있지만 정작 올해 상반기 AI 관련 기업들이 주도한 시장 랠리는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3억달러 유출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AI의 운용을 기반으로 한 이들 13개의 자산 규모는 6억 7000만 달러로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약 3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이 저조할 뿐 아니라 액티브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워낙 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 3억 8500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위즈덤트리 미국 AI 강화 가치 펀드(AIVL)의 경우 올해 총수익률 2.2%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AIVL의 성과가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페이스북의 모기업이자 AI 분야 강자인 메타 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타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40% 이상 급등했다.

2017년에 출시된 인공지능 기반 주식ETF(AIEQ)는 인공지능으로 구동되는 가장 오래된 ETF다. 이 펀드는 IBM의 왓슨 슈퍼컴퓨터에서 실행되며 수백만 개의 뉴스 기사, 소셜 미디어 게시물, 애널리스트 보고서 및 재무제표 분석을 기반으로 베팅한다. 하지만 해당 ETF는 설립 이후 누적 수익률 44%를 기록한 반면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 ETF의 수익률은 93%에 육박한다.

유연성·직관 부족

AI 기반 ETF의 실적이 저조한 것은 결국 과거의 사례에서 운용 모델을 찾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챗 GPT의 출연과 같은 중대한 변수는 예측하지 못하면서 시장 랠리에도 올라타지 못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인간의 심리를 포착하는 데도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AI 기술업체 콘실리언스 AI의 최고기술책임자인 조셉 바이럼은 “AI는 전 세계 모든 회사의 문서를 읽어낼 수는 있지만 중앙은행의 행동 방식은 모델링할 수 없는 수준의 고유한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AI 기반 펀드도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 정도로 강력한 통화 긴축 의지를 유지할 것이란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광범위한 주식을 빠른 속도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강점으로 남아있다. 미국 보험사인 보야의 크리스티 바게론 고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인력이 부족한 금융회사의 경우 AI모델을 활용하면 훨씬 더 빠르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가짜 또는 부정확한 금융 정보를 걸러내고 거래 빈도 및 거래할 주식 유형을 결정하는 데는 효율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