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이 누군가의 새장을 열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
“성공 위에서 포효하는 시간은 ‘완벽’보단 ‘결함’이 지배적이었다. 나는… 빈 껍데기와도 같았다.”

강혜정(41·사진)은 최근 내놓은 책에서 지난 25년간의 배우 인생을 이렇게 돌아본다. 첫 산문집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을 펴낸 그는 21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배우로 살면서 새장 속에 갇혀 있는 듯한 답답함을 느낀 적이 있었다”며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다”고 출간 이유를 설명했다.

강혜정은 이번에 약 6년간의 공백기를 딛고 작가로 돌아왔다. 열여섯 살 때 드라마 ‘은실이’(1998)로 데뷔한 뒤 ‘올드보이’(2003)와 ‘웰컴 투 동막골’(2005) 등이 연이어 흥행하며 인기를 얻었지만 2018년부터는 작품활동이 없었다. 그는 “타블로의 아내이자 하루의 어머니로서 보낸 시간이었다”며 “아이가 건강히 자라난 모습을 보고 난 뒤 이제야 책을 쓸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책은 배우 아닌 사람 강혜정으로서 느낀 바를 담은 짧은 글 60편을 엮었다. 책에서 그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새장’으로 규정했다. 이른 나이부터 배우로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했지만, 좁은 공간에 갇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야만 하는 삶을 살아온 경험을 일상적인 문체로 그려냈다.

강혜정은 이름 모를 이들이 건네는 말들에서 힘을 얻었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누군가 건넨 말에 의해 새장이 열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건넨 말들이 스스로 외톨이라고 느끼는 독자분들의 새장을 조금이라도 열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배우 활동의 공백기는 있었지만 저의 인생에는 공백기가 없었다”며 “꽂히는 작품, 해내고 싶은 작품을 만나면 다시 과감히 뛰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