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강현군 모습. 사진=백강현군 인스타그램
백강현군 모습. 사진=백강현군 인스타그램
올 3월 서울과학고에 입학했던 '영재발굴단' 출신 백강현군(10)이 학교를 그만뒀단 근황이 전해진 가운데 백군의 아버지가 자퇴 배경에 '왕따' 등 학교폭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백군 아버지는 21일 오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강현이가 올해 5월부터 (급우 형들로부터) '너가 이 학교에 있는 것은 사람들을 기만하는 것이다'는 말을 일주일에 2∼3번씩 지속적으로 들었다고 한다"며 "아이가 웃음을 잃고 우울해졌다"고 밝혔다.

조별 과제를 할 때면 급우 형들로부터 "강현이가 있으면 한 사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조는 망했다고 봐야 한다"는 등의 말을 줄곧 들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강현이는 비참한 심정을 느꼈고, 조별 과제가 있는 날이면 불안해서 미칠 것 같다고 얘기했다"며 "조별 과제를 할 때면 강현이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고 백군 아버지는 전했다.

아울러 '디시인사이드 찐따 갤러리'에 "백강현 X멍청한 XXXX,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XX"라는 게시글이 올라와 학교폭력위원회를 소집하고, 경찰 사이버수사대 고발 검토했지만 선생님들을 비롯한 학교의 설득으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고 했다.

백군 아버지는 경현이가 고통 속에서도 학업을 이어가려고 했다고 호소했다. 급우 형들이 조별 과제에 좀처럼 낄 틈을 주지 않자 팀 과제에서 발표만 강현이가 혼자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선생님께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강현이 한 명 때문에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 강현이가 시스템에 맞춰라'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한 강현이는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고, 실질적인 자퇴 배경이 됐다고 백군 아버지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버티지 못하면 나가라'는 식의 학교 시스템만 강조하면 애초에 열살 아이를 왜 선발하셨냐. 머리 좋으면 이런 시련도 다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하셨냐"며 학교의 대응을 비판했다. 3월 입학 당시 27㎏였던 백군 몸무게가 지금 22㎏에 불과하다고도 전했다.

2012년 11월생인 백군은 2016년 만 3세의 나이에 SBS 예능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 출연해 '천재 어린이'로 이름을 알렸다. 생후 41개월 당시 웩슬러 기준 그의 IQ는 163(멘사 기준 IQ 204)로 상위 0.0001%에 속했다. 그는 방송 당시 이차방정식 문제를 푸는 등 수학과 피아노 작곡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백군은 2019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이듬해 5학년으로 조기 진급했고, 올해 서울과학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이달 19일 유튜브 한 영상을 통해 지난 18일부로 서울과학고를 자퇴했단 소식을 전했다. 백군은 해당 영상에서 "엊그제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는 아침, 일어나자마자 이를 닦으며 허둥지둥 수학 공식을 암기했다. 그러다가 거울 속에서 문제를 푸는 기계가 돼가는 저를 보게 됐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하지만 백군의 아버지는 하루 만인 20일 같은 학교 '선배맘'에게 근거 없는 비방과 협박 메일을 받았다며 백군이 당했던 학교 폭력을 폭로하겠다고 예고했다. 백군 아버지는 이날 영상에서 '선배맘'으로부터도 "너무나 큰 실수로 큰 상처를 드렸다"는 사과 이메일을 받았다며 캡처본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학폭) 가해자들로부터 어제 정식으로 사과를 받았고 용서해 주기로 했다"며 "(가해) 학생에게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