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수 HDC아이파크몰 사장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파크몰 용산점을 ‘라이프스타일 센터’로 새롭게 브랜딩하겠다고 밝혔다. /임대철 기자
김대수 HDC아이파크몰 사장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파크몰 용산점을 ‘라이프스타일 센터’로 새롭게 브랜딩하겠다고 밝혔다. /임대철 기자
“직원들이 몰에서 영업하는 게 아니라 보안관이 아파트를 지키는 느낌이었어요.”

김대수 HDC아이파크몰 사장이 지난해 7월 대표로 취임할 당시 아이파크몰 용산점에 대해 받은 첫인상이다. 다른 쇼핑몰과 차별화한 구경거리가 없고, 직원들도 다소 퉁명스러운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1년간 아이파크몰만의 독자적인 브랜드 매장과 콘텐츠를 만들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김 사장에게 지난 1년은 아이파크몰에 HDC그룹이 가진 건설업 이미지를 걷어내고 통통 튀는 유통업 DNA를 심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30여년간 롯데백화점에서 근무한 유통 전문가인 김 사장의 눈에 아이파크몰은 채워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올드페리도넛’은 용산 특산품

김 사장의 첫 번째 고민은 ‘용산역 유동인구를 어떻게 아이파크몰로 유입시킬까’였다. 김 사장이 꼽은 아이파크몰 용산점의 가장 큰 강점은 몰이 용산역사 안에 있다는 입지 조건이었다.
건설사 이미지 없애고 유통 DNA 심어…"라이프스타일 센터로 변신"
그는 “용산역을 오가는 유동인구를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차를 타고 용산역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우리 쇼핑몰이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이 지점에서 찾은 해결책은 ‘식음료(F&B)’였다. 출퇴근 또는 여행을 위해 용산역에서 기차를 타는 사람들이 아이파크몰에서 지갑을 열 가능성이 가장 높은 매장은 F&B 매장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런 사람들이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사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식당가를 들러 밥을 먹는 일은 흔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F&B 매장을 늘린 건 아니다. 여행객들에게는 지역 특산물이 될 수 있는 메뉴를 제공해야 했다. 김 사장은 용산점 입점 매장 중 하나인 ‘올드페리도넛’을 언급하며 “호남사람이 우리 매장에서 도넛을 사가면 이 도넛은 ‘용산 특산물’이 된다”고 표현했다. 호남지역에는 올드페리도넛 매장이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얘기다.

기차 탑승객 외에 신경 쓴 타깃은 용산 직장인이다. 용산점 인근에는 아모레퍼시픽, LG유플러스, 하이브, 대원미디어, CJ CGV 등 기업이 즐비하다. 직원들이 쇼핑몰을 방문하는 빈도가 높은 만큼 질리지 않게 다양한 구색을 갖추는 게 중요했다. 그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판매하는 카페가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에스프레소를 잘하는 가게, 밀크티를 잘하는 가게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는 가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그리고 서비스

유통 전문가인 김 사장 눈엔 쇼핑몰 내 곳곳이 ‘채워야 할 공간’으로 보였다. 대표적인 곳이 4층의 야외 공간 ‘더 가든’과 ‘더 테라스’다. 두 공간은 2018년 쇼핑몰 증축 당시 새로 생긴 공간이다.

김 사장은 “야외 공간을 활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해 보였다”며 “야외 공간을 잘 만들어놨는데 활용을 못 하고 있어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김 사장 취임 이후 야외공간에선 캠핑, 영화 상영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백화점 근무 경력이 오래된 김 사장 눈에 아이파크몰 고객 서비스 수준은 다소 미흡했다. 그는 “고객들에게 ‘우리 쇼핑몰에 오면 다양한 혜택을 주겠다’고 해놓고서 막상 우리가 제공한 서비스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김 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축소 운영했던 엘리베이터를 100% 가동하기 시작했다. 일부 폐쇄했던 출입문도 모두 개방했다. 점심시간 이후에 열었던 VIP 라운지의 영업시간도 정상화했다.

무인으로 운영했던 유아 휴게실에는 직원을 배치했다. 점심시간에는 운영을 중단했던 고객상담실도 영업시간 내내 직원이 상주하도록 했다. 김 사장은 “이렇게 서비스를 개선하긴 했지만 아직 완벽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분명한 건 고객들이 쇼핑몰에 와서 기분 나쁠 가능성이 줄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고객 서비스 강화를 위한 별도 서비스 조직도 만들었다. 이 유닛에선 고객 피드백을 하루 단위로 정리해 각 부서에 공유한다. 현업 부서가 소비자 불만 사항을 빠르게 인지해 애로사항을 즉시 반영할 수 있도록 한 조처다. 김 사장은 “식품위생사 자격증이 있는 직원도 유닛에 배치했다”며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하는 위생등급제 인증을 받은 매장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라이프스타일 센터로 브랜딩”

김 사장은 아이파크몰을 단순히 물건을 파는 쇼핑몰로 정의하지 않는다. HDC아이파크몰이 꿈꾸는 쇼핑몰은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곳’이다. 그는 “오프라인 쇼핑몰이 상품만 파는 걸로는 경쟁력을 이미 잃었다”며 “쇼핑몰 안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등 방문객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HDC아이파크몰은 지난해 12월 문을 연 고척점을 비롯해 ‘아이파크몰’이라는 브랜드를 라이프스타일 센터 전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고척점은 개점 준비 과정에서부터 몰 반경 3㎞ 내에 3040세대 비율이 31%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해 유·아동 교육 ·놀이시설을 강화했다.

가족 단위 고객이 고척점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매주 체험형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구로구와도 협업해 다양한 지역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며 “개점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구로 지역 내 대표 라이프 스타일센터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HDC아이파크몰은 쇼핑몰 운영 노하우를 살려 공간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복합 상업시설 개발 회사’로 발돋움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HDC 아이파크몰의 쇼핑몰 운영 노하우가 외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운영대행 제안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