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에 ‘수도권 위기론’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비주류 의원을 중심으로 제기되던 위기론에 국민의힘 지도부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면서 오히려 논란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수도권 위기론은 서울 및 경기·인천권에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어 내년 총선에서도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내용이다. 4선의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과 3선의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 등이 지난 3월 전당대회 때 본격 제기한 바 있다. 특히 윤 의원은 지난 10일에도 KBS2TV에 출연해 “(수도권에서) 하루 수백 명을 만나기도 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정말 위기”라며 “우리 당은 당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원회 의장 모두 수도권 선거를 전혀 치러본 경험이 없는 분”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수도권 총선 전망에 대해 “심각한 위기”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당 지도부는 16일 비공개 의원총회부터 공개적인 반박에 나서고 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일부 의원이) 노를 거꾸로 젓고 있다”며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을 못 한다”며 공천 배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에 윤재옥 원내대표도 18일 “(사무총장은) 당의 입장을 의원들에게 전달하는 직책”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당내 전반으로도 수도권 위기론은 과장됐다는 시각이 강하다. 지난달부터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소폭 반등하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소환에 따른 반사효과도 누리고 있어서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8월 둘째주 서울 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은 34%로 민주당(27%)을 여유 있게 앞섰다. 한 의원은 “위기라는 인식을 갖고 낮은 자세로 가는 것은 맞지만, 수도권 위기론은 과잉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반면 윤 의원 등 수도권 의원들은 지지율과 실제 현장 분위기 사이의 괴리가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윤 대통령 지지율이 ‘총선 승리의 최저선’으로 불리는 40%를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어 언제든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본다. 윤 의원은 “2020년 21대 총선 당시에도 조국 사태로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게 나왔다. 그런데 결과는 민주당이 160석 이상을 얻었다”며 “들쭉날쭉한 여론조사에 빠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