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구팀 "기원전 3천500년 솥단지서 동물 단백질 검출…유제품 흔적도"

청동기시대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먹었을까.

기원전 3천500년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 코카서스 지역에 살던 청동기인들이 솥단지에 솟과 동물과 사슴, 양, 염소 등의 고기를 넣고 열을 가해 조리해 먹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이테크+] 청동기 솥단지 분석해보니…"소·사슴·양·염소 요리 흔적"
스위스 취리히대 셰반 윌킨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19일 과학저널 'i사이언스'(iScience)에서 코카서스 지역에서 발굴된 메이콥시대(기원전 3천700~2천900년) 청동기 솥단지 7개에서 잔류물을 수집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윌킨 교수는 "아주 오래전 사람들이 솥단지로 무엇을 만들었는지 알아내는 것은 정말 흥미롭다"면서 "사용된 솥단지는 아주 커서 잔치 같은 대규모 식사 준비에 사용된 게 확실하고 이 결과는 청동기시대 잔치에 쓰인 고기 단백질의 증거를 처음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고학자들은 오랫동안 기록과 맥락상 단서 등을 통해 고대인들이 도구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추정해왔고 이들의 식생활도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대 도자기에 남아 있는 지방이나 치석에 남은 단백질 등을 통해 고대인들이 먹은 고기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단백질 분석과 고고학을 결합해 청동기 요리 도구로 고대인들이 어떤 음식을 어떻게 조리했는지 밝혀냈다.

도자기나 석기 등의 표면에 남아 있는 단백질은 공기 중 미생물 등에 의해 쉽게 분해되지만, 많은 금속 합금에는 항균 특성이 있어 청동기 요리 도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이 잘 보존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사이테크+] 청동기 솥단지 분석해보니…"소·사슴·양·염소 요리 흔적"
연구팀은 러시아 남서부에서 튀르키예에 이르는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로, 현재는 조지아·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에 해당하는 코카서스 지역 매장지에서 발굴된 청동기 솥단지 7개에서 잔류물 표본 8개를 수집해 분석했다.

표본에서는 동물의 혈액, 근육조직, 우유 단백질 등이 나왔다.

검출된 단백질에는 '열충격 단백질 베타-1'이 포함돼 있었고 양·염소의 우유 단백질도 추출됐다.

연구팀은 열충격 단백질은 솥단지가 소·야크·물소 등 솟과 동물과 사슴, 양, 염소 등의 고기를 익히는 데 사용됐음을 나타내며 우유 단백질은 솥단지로 유제품도 만들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사이테크+] 청동기 솥단지 분석해보니…"소·사슴·양·염소 요리 흔적"
또 탄소 동위원소 연대측정 결과 분석에 사용된 솥단지는 기원전 3천520~3천350년 사이에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이 솥단지가 이전에 분석된 어떤 것보다 3천000년 이상 더 오래됐음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또 이들 솥단지는 사용으로 인한 마모 흔적이 있지만 광범위한 수리 흔적도 보인다며 이는 만드는 데 뛰어난 기술이 필요한 청동기 솥단지가 당시 부와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윌킨 교수는 "단백질이 청동기 도구에서 잘 보존된다면 다른 다양한 선사시대 금속 유물에도 단백질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연구 결과는 고대 유물에 대한 이 새로운 접근법이 연구에 큰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