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에든버러] 조예은 연출 "트렁크에서 무대가 짠"
“‘트렁크’에 담아서 이동할 수 있는 세트로 무대를 세울 수 있는 연극을 만들어요. 프린지에 딱 맞는 컨셉 아닌가요?(웃음)”

영국 에든버러 썸머홀의 작은 강의실만한 크기의 소극장. 올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EFF)을 찾은 국내 공연팀 중 하나인 ‘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사진)는 이곳에서 축제 기간 3주 동안 매일 오후 2~3시에 연극 ‘블럽 블럽(Blub Blub)’을 공연한다. 출연 배우는 단 두명에 무대 장치는 스크린에 무대 배경을 비추는 작은 영사기가 전부인 소박한 무대지만, 좁은 소극장 객석이 가득 차는 ‘인기 공연’이다.

이 팀을 만든 조예은 작가 겸 연출가를 썸머홀 근처 작은 카페에서 만났다.

“수조 속에 같이 살다가 탈출을 꿈꾸는 물고기 두 마리의 이야기인데, 음악극과 인형극·신체극 등 다양한 장르적 특성을 가진 연극이에요. 지난해 주영한국문화원 기획으로 처음 EFF에 참여했다가, 올해는 극장에서 먼저 초청 제안을 받아 또 오게 됐죠.”

이번이 두번째 축제 참여지만 벌써 마니아층이 생겼다. 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는 지난해 EFF에서 ‘메리, 크리스, 마쓰’를 공연해 ‘별 다섯개’ 리뷰를 받기도 했고, 현지 공연 전문 잡지사에서 ‘프린지에서 꼭 봐야할 공연 10개’ 안에 들기도 했다. 조 씨는 “공원에서 공연 홍보용 전단지를 나눠주다가 작년에 우리 공연이 EFF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었다는 관객을 만나 신기했다”며 “얼마 전 홍콩의 공연 관계자가 와서 개막 공연을 보고 ‘잘 봤다’며 연락처를 교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청만 하면 올 수 있는 EFF라지만 막상 이곳에 오기가 쉽지 않다. 항공비에 한달 간 숙식비, 공연장 대관비 등을 고려하면 수천만원 이상이 든다. 조 씨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관광공사 등 국내 기관의 지원이 없었다면 오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식비를 비롯한 체류비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 알바도 한다”고 말했다.

매일 공연에 아르바이트까지 하느라 고단하지만 버틸 수 있는 건 전세계에서 온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 덕분. 조 씨는 “EFF는 매회 공연마다 다양한 국적과 문화권의 관객들이 보이는 색다른 반응으로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관객들이 공연 내내 경직돼 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반응해준다는 점도 한국 공연과는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팀의 공연을 보고 다양한 아티스트와 교류할 수 있는 점도 큰 도움이 된다. 조씨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에 지난해에도 축제 기간 동안 공연 20~30개를 보고 큰 자극을 받아갔다”며 “꼭 화려한 무대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국가의 관객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신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