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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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협력 업체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1심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현대차의 2차 협력 업체 직원에 대해서도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김도균 부장판사)는 A씨를 포함한 현대차 협력 업체 근로자 3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현대차는 A·B·C씨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고 손해배상금(각 4100만원·1500만원·3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A·B씨는 현대차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1차 협력 업체 소속 근로자다. A씨는 2017년 3월부터 2019년 6월까지 현대차 아산공장의 도장(페인팅) 공장에서 보조배터리 장착 및 선루프 장착 업무 등을 수행했다. B씨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아산공장의 의장(조립) 공장에서 도어 및 트렁크 부품 장착 업무를 진행했다.

C씨는 현대차 납품사와 도급계약을 맺은 2차 협력 업체 D사의 근로자였다. 2018년 5월부터 근무한 C씨는 아산공장에서 서열(부품 나열)·불출(부품 운반) 등의 생산관리 업무를 맡았다.

근로자 측은 2020년 '불법파견'을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현대차가 각 협력 업체와 맺은 도급계약은 근로자 파견계약"이라며 현대차가 자신들을 직접고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직고용되지 못한데 따른 손해배상도 청구됐다.

현대차 측은 "A·B씨 모두 협력 업체의 지휘·명령하에 근무했다"며 "특히 C씨가 소속된 D사는 현대차와 아무런 계약 관계도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파견의 인정 기준 중 하나인 '직·간접적인 업무 지시'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A·B씨가 수행한 업무는 현대차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라며 "현대차는 서열 모니터와 안전표준작업서를 통해 원고들에게 작업방식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아산공장 내에서 진행된 서열 업무(사내서열)에 한해서는 C씨에 대한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내서열의 경우 협력 업체의 개입 없이 서열정보가 C씨의 서열 모니터로 제공됐다"며 "현대차가 사실상 구속력 있는 직접적인 업무상 지시를 한 것"이라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공장 밖에서 이뤄진 서열 업무(사외서열)는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C씨가 주장한 2018년 5월이 아닌 사내서열 업무를 수행한 2018년 7월부터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됐다.

현대차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