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재정비의 힘…에어부산, 실적 날았다
에어부산이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뚫고 실적에 날개를 달았다. 올 상반기 거둔 영업이익은 817억원, 영업이익률은 19.9%를 기록했다. 상장 저비용항공사(LCC) 4사 가운데 압도적 1위다. 안병석 에어부산 대표(사진)는 “노선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정비한 덕분”이라며 “코로나19가 아주 큰 교훈이 됐다”고 강조했다.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는 “글로벌 관광 수요의 견조한 증가세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올 상반기 큰 폭으로 늘었다”며 “이런 흐름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에어부산은 상반기 41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분기 매출(2131억원)은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이다. 관광 수요가 정점이었던 2019년 1분기 대비 319% 오른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경쟁사보다 4~8%포인트 높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모든 항공사가 공통적으로 겪은 것이었지만, 에어부산의 지난 3년은 유난히 혹독했다.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산업은행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노선 배분에서 배제되거나 인력 이탈 심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친 시기였다”고 털어놨다.

악재 속 고공 성장의 비결은 뭘까. 안 대표는 “노선 포트폴리오의 재정의”라고 답했다. 국가 간 항공협정에 따라 운수권을 배정받는 방식에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오픈 스카이(항공자유화협정)’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관광 수요를 만들어낸 것이다.

오픈 스카이는 국가 간 항공협정 대신 개별 항공사가 슬롯만 보유하고 있다면 자율적으로 노선을 활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안 대표는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와 동남아시아 등 권역별 관점에서 접근하던 방식에서 도시별 수요 창출 전략으로 선회한 게 실적 성장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태국, 일본, 대만 등 주요 도시를 집중 공략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명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 도시로 알려진 일본 마쓰야마가 대표적인 사례다. 에어부산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부정기편 전세기를 운항하며 선제적으로 새로운 취항지를 발굴해 수요를 창출해냈다. 에어부산은 하반기 정기편 운항을 검토 중이다. 안 대표는 “에어부산을 타고 온 일본인 입국자가 지난 1년간 11만여 명이며, 그중 부산에 5만9000여 명이 입국했다”며 “일본인이 부산에서 쓴 돈을 환산하면 2200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최근의 경영 실적 개선은 단기적 결과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항공사 본연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안 대표는 “코로나19 기간 안전 분야에 투자를 이어왔다”며 “지역인재 채용, 서비스 품질 강화, 운수권 확보 등 지역 기반 항공사 본연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계학을 전공하고 1989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안 대표는 인천공항서비스지점장, 중국지역본부장,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지냈다. 2021년부터 3년째 에어부산을 이끌고 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