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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 칼럼] 美 고용 유연성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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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석 실리콘밸리 특파원
    [특파원 칼럼] 美 고용 유연성의 힘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의 구글 본사 한복판에는 커다란 공룡 모형이 있다. 방문객들을 위해 전시한 게 아니다. 자사 직원들에게 ‘덩치 크고 힘이 센 공룡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했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공룡’인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을 핵심 과업으로 삼고 있다. 일례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올해 초 세계 직원의 6%에 해당하는 1만2000명에게 해고 통보했다. 해고 사유는 간단명료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와중에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비용 절감을 피할 수 없다는 논리다.

    美 임의고용제도의 선순환 효과

    구글뿐만이 아니다. 아마존은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2만7000명의 직원을 내보냈고, 페이스북 등을 운영하는 메타는 2만1000명, 마이크로소프트(MS)는 1만 명을 구조조정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한 뒤 전체 인력을 절반으로 줄였다.

    한국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감원을 상상하기 어렵다.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의 주요 기술기업이 구글과 같은 선택을 했다면 노동조합은 회사 로비를 점거해 농성을 벌였을 것이다. 해당 기업의 CEO는 국회에 불려 나갔을 가능성이 크고, 야멸친 결정이라는 비난 여론이 거셌을 것이다. 미국에서 기업이 예고 없이 대규모 감원에 나설 수 있는 근거는 미국 노동법에 규정된 ‘임의고용제도(at-will employment)’다. 이는 미국 근로계약의 핵심으로, 골자는 회사 또는 근로자가 어떤 사유·설명·경고 없이도 고용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몬태나주를 제외한 미국의 모든 주가 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구조조정의 결과는 실적과 주가로 나타났다. 주요 빅테크 모두 올해 2분기 실적이 시장 추정치를 웃돌았다. 메타 주가는 연초 124.72달러(1월 3일 기준)에서 현재(8월 11일 기준) 301.64달러로 2.5배 올랐다. 아마존과 알파벳, MS 주가도 각각 40~50% 상승했다. 인력 감축으로 비용을 줄이면서 핵심 성장동력인 인공지능(AI) 기술력 강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덕분이다.

    한국 경쟁력은 계속 뒷걸음질

    한국과 미국에 각각 본사와 지사를 두고 사업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에게 한국에서 가장 규제 완화가 필요한 부분을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고용 유연성을 꼽았다. 그는 “스타트업은 생존을 위해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한국은 고용이 경직돼 효율적이지 않다”고 했다. 한국의 경우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입증되고, 기업이 이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선행했을 때라야만 가능하다. 매출 감소 등 ‘단순 사유’로는 해고할 수 없다. 이 스타트업 대표는 앞으로 추가 인력 채용을 가능한 한 미국에서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22년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고용 유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8위다. 같은 해 한국의 경제 규모는 13위를 기록했다. 2년 전 10위에서 뒷걸음질 쳤다. 고용 경직성 등으로 인해 경제의 탄력이 약해지는 모양새다. 경제 규모 1위인 미국이 고용 유연성도 1위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최진석 기자
    한국경제신문 최진석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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