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특수’로 지난해 줄줄이 사상 최고 실적을 낸 패션회사들이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급속한 경기 둔화, 해외여행 수요 폭증 등이 요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 버틴 브랜드도 '휘청'…심상찮은 패션시장
1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2분기 들어 주요 백화점에서 한섬의 대표 여성복 브랜드 ‘타임’의 매출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백화점별로 차이는 있지만 월 10%대 매출 감소율을 보인 매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가 브랜드인 타임은 국내 여성복 1위 브랜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초기 결혼식이나 모임이 사라져 다른 여성 브랜드 매출이 20~30%씩 감소하는 와중에도 살아남았던 게 타임”이라며 “타임의 최근 매출을 보며 ‘업황이 심상치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섬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8.8% 줄어든 58억원에 머물렀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240억원을 한참 밑돈 실적쇼크다. 다른 패션업체도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영업이익은 52.5% 줄어든 184억원에 그쳤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코오롱FnC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지난해까지 호황을 누린 패션 시장이 흔들리는 이유 중 하나는 해외여행의 폭발적 증가다. 소비자들이 큰돈 드는 해외여행을 위해 패션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하이엔드 해외 명품도 피해 가지 못한 경기 부진의 그늘이 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