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진의 건강클리닉] 마음이 불편하면 몸이 아프다
긴장과 불안은 누구나 느끼는 정상적인 감정이다. 예를 들어 시험을 치르기 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초조하다. 긴장과 불안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지만, 미래가 걱정되고 불안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처럼 경우에 따라 불안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긴장과 불안을 느낄 때 사람들은 여러 가지 신체적 증상을 보인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손바닥에 땀이 난다. 또 소변을 자주 보며 식욕이 없어지고 위장 기능이 떨어진다. 온몸의 근육이 긴장해 뻐근하고 두통이 나타난다. 왜 이런 반응이 나타날까?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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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처음 나타난 원시시대에 인간에게 가장 컸던 스트레스는 맹수를 만났을 때 살아남는 일이었다. 생명 위협에 대한 반응으로 싸움을 할 것인지 도망갈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위협에 대처하는 육체 활동을 준비할 수 있도록 우리 몸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해 도망가거나 싸우기 쉬운 신체 상태를 만든다. 즉,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혈액을 몸에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해 심장이 더 빨리 뛰기 시작하고 두근거린다. 혈압과 맥박이 빨라지는 것이다. 혈액 속의 산소 농도를 높이기 위해 폐는 더 가쁘게 쉬니까 숨 막히는 느낌이 들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사느냐 죽느냐 하는 비상상태에서는 음식을 소화시키는 것이 중요하지 않으므로 위장기관으로 갈 혈액을 근육으로 돌려 소화불량 즉, 기능성 위장장애가 발생한다. 혈액은 근육으로 몰려 온몸에 열나는 느낌이 든다. 근육은 뭉치면 뻐근하고 긴장성 두통이 발생한다. 석기시대 조상 중에서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데 충분한 능력을 가진 인류가 생존하고 번식했을 것이다. 이 같은 반응은 인체 생존에 필수적이었겠으나 현대에는 오히려 다양한 불편한 증상을 야기시킬 수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 ‘골치 아픈 일’ ‘열 받아서 혈압 올랐다’처럼 우리나라 말이나 속담은 스트레스에 의한 교감신경 반응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긴장성 두통으로 자주 고생하면 ‘골치 아픈 일’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자주 소화가 안 된다면 자신이 ‘불편한 사람과 식사하면 체하는 특성’을 가졌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최근 우리에게 긴장과 불안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요인들은 기후 변화에 의한 이상 고온 현상과 침수피해, 칼부림 사건, 입시경쟁, 불안정한 취업상태 등 다양하다.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맹수처럼 피하거나 없앨 수는 없다. 이런 증상이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교감신경의 지나친 흥분을 가라앉히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봐야 한다. 명상이나 멍때리기는 10분만 실천해도 이완 반응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꾸준한 운동도 이완에 많은 도움이 된다. 많이 힘들면 혼자만 괴로워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