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뛴다" 구매력엔 기대 한목소리…'불경기 돌파구' 화색
냉온탕 오간 중국 경험한 상인들 '믿어도 되나' 신중론도
유커 소식에 명동 들썩…'큰손맞이' 중국어 안내문 재등장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 관광을 허용하면서 한때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의 '성지'로 여겨졌던 명동 상점가가 들썩이고 있다.

구매력이 큰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에 오랜 불경기로 시름에 잠겼던 상인들 사이에도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11일 오후 5시30분께 서울 중구 명동 노점에서 '회오리 감자'를 판매하던 김순기(64) 씨는 "중국인 관광객 진짜 들어오는 거냐"며 반신반의하면서도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중국인들은 1명이 꼬치 2개를 사가니까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들어오면 없을 때보다 매출이 2.5배 정도는 뛴다"며 "중국어 안내문도 다시 붙일까 봐"라며 웃어 보였다.

그동안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크게 줄면서 매일 20㎏짜리 감자 한 상자를 판매용으로 준비해왔는데, 중국인 관광객이 들어오면 구비하는 감자를 두 상자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명동에서 10년째 전복 등 해산물 꼬치를 파는 50대 차인철 씨 역시 "식상한 표현이지만 정말 기대된다"고 운을 뗐다.

차씨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에 코로나19 유행까지 긴 터널을 지나왔다면서 명동 거리가 다시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여기가 관광객으로 북적여야 분위기도 살고 우리한테도 반사 효과가 있지 않겠냐"며 "중국인 관광객이 돌아오면 2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입도 많이 늘 것 같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옥수수와 군밤, 건어물을 파는 상인 A씨도 비슷한 의견을 보탰다.

그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은 단체로 오면 하나 사서 나눠 먹는 게 아니라 한 명씩 다 사 먹어서 매출이 쏠쏠하다"며 "요즘 장사가 통 안 되는데 중국인들이라도 많이 왔으면 한다"고 했다.

유커 소식에 명동 들썩…'큰손맞이' 중국어 안내문 재등장
명동 거리의 상점들도 아르바이트생을 늘릴 계획을 세우거나 중국어 가능 직원을 뽑겠다는 공고를 내걸며 손님맞이 채비를 하고 있다.

한동안 사라졌던 중국어 안내문도 다시 나붙었다.

화장품 로드숍인 에뛰드하우스 명동중앙점은 유리창 외벽에 '중국어 가능한 30∼40세 사이의 직원 구함. 중국어·한국어 2개 국어 능통자 선호'라는 안내문을 붙여뒀다.

또 다른 화장품 로드숍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조만간 아르바이트생을 2명 늘릴 계획이라고 들었다"며 "많이 바빠지겠지만 매출 늘면 보너스도 받고 할 테니 기대가 된다.

일하다 보면 손님이 없는 게 오히려 힘들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유입이 현실화할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중국은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생길 때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내걸고 '압박'했다가 일정 시점 뒤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는 등 대외정책의 예측 불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유커 '전진기지'인 명동에서도 중국의 '관광 복귀'를 환영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닭고기꼬치를 판매하는 B씨는 "어제 발표됐는데 중국인 관광객들이 당장 들어오겠느냐"며 "벌써 기대감 갖기엔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장사하는 C씨는 "중국 정부를 믿을 수가 있느냐"며 "다시 막는 건 아닐까 해서 믿어도 되나 싶다"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중국 정부는 10일 한국과 일본 등에 대한 중국인 단체관광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완전히 풀린 것은 2017년 사드 배치로 당국이 단체 비자 발급에 제동을 건 지 6년 5개월 만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