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지난 2분기에 2조원 넘는 영업적자를 냈다. 아홉 분기 연속 적자다. 다만 최근 국제 연료가격 하락으로 적자폭은 1분기보다 4조원가량 줄었다.

한전, 2분기에도 2조원대 손실…2년간 누적적자 47조
한전은 올 2분기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19조6224억원, 영업적자 2조2724억원을 기록했다고 11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한전의 영업적자는 올 상반기에만 8조4500억원으로 불어났다. 2021년 이후 누적 영업적자는 47조5000억원에 달한다.

한전 영업적자는 그동안 원가 이하로 전기를 팔았기 때문이다.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올 때 드는 전력도매가(SMP)는 2분기에 ㎾h당 151.71원이었는데 한전이 가정이나 공장에 파는 전기요금은 145.48원이었다. 정부·여당은 물가 안정과 국민 부담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왔다.

다만 그동안 일부나마 전기요금이 오른 가운데 천연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작년 4분기 10조8000억원까지 치솟았던 영업적자는 점차 축소되는 추세다. 2분기 영업적자는 한전의 영업적자가 본격화한 2021년 2분기 이후 2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SMP가 낮아지면서 지금 추세라면 올 3분기엔 흑자전환이 유력하다. 증권가에선 한전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을 평균 1조8000억원대로 전망하고 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SMP는 ㎾h당 120원대를 기록하며 역마진 구조가 완전히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3분기부터 흑자 전환하더라도 그동안 악화한 재무구조를 단기간에 개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2021년 이후 누적 적자만 47조원대에 이르는 데다 부채 규모도 3월 말 기준 198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누적 적자로 인해 한전채 발행 한도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는 상반기 적자를 감안하면 95조원 수준인데 7월 말 기준 한전채 발행잔액은 78조9000억원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적자를 감안하면 한전채 추가 발행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도 이날 2분기 매출 8조1276억원, 영업이익 205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적자나 다름없는 미수금(원가 이하로 가스를 판매하고 회수하지 못한 대금)이 도시가스용과 발전용을 합쳐 2분기 기준 15조3562억원으로 1분기보다 1조643억원 늘었다고 밝혔다. 미수금을 감안하면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미수금 증가 폭은 둔화했으나 여전히 민수용 도시가스는 원가 이하로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실적이 대폭 개선되려면 요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당분간 가능성이 희박하다. 내년 4월 총선을 고려할 때 정부·여당이 전기·가스요금을 추가 인상하기보다 현 수준을 유지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