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국인 5명 가택연금 전환…"동결자금 해제되면 최종 석방"
한국내 동결자금 9조2천억원 규모…인도주의적 목적 사용에 한정
美·이란, 수감자 교환협상 타결…"韓동결 이란 자금 해제 합의"(종합2보)
이란이 10일(현지시간) 자국 내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미국인 5명을 가택연금으로 전환했다.

이는 미국과 수감자 맞교환 협상 합의에 따른 것으로, 이란은 한국 내에 동결된 석유 결제 대금 등이 동결에서 해제되면 이들을 최종적으로 석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날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란에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5명이 석방돼 가택연금에 들어간 것으로 이란 정부가 확인했다"고 말했다.

가택 연금으로 전환된 미국인은 시아마크 나마지 등 5명이다.

이들은 앞서 스파이 혐의 등으로 처우가 가혹한 것으로 알려진 테헤란 에빈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NSC는 구체적인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최종 석방을 위한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며 현재는 민감한 상태"라면서 함구했다.

이와 관련, 이란 국영 통신인 IRNA는 이란 유엔대표부를 인용해 "미국 내 수감자 5명과 이란 내 수감자 5명이 맞교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이 협상에는 ▲ 한국에 동결된 자금 ▲ 이라크 TBI 은행 내 자금 ▲ 유럽 내 자금 등 미국의 제재로 동결된 이란 자금을 해제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도 미국이 이란에 수감돼 있는 미국인을 석방하는 대가로 한국 내에 동결된 이란 자금 해제, 미국 내 수감된 일부 이란인 석방 등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인 5명은 가택 연금돼 있다가 한국 내 이란 자금 동결이 해제되고 이란 측이 이 돈을 받게 되면 최종 석방된다.

분쟁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국장은 NYT에 "미국인들은 돈이 카타르 계좌에 들어오면 이란을 떠날 수 있다"면서 "거액의 이란 돈을 옮기기 위해서는 복잡한 제재 면제 및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4~6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타르 정부는 이번 협상 타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억류 미국인들은 일단 카타르 수도인 도하로 이송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에즈 국장은 밝혔다.

미국은 이란에 구금됐던 미국인이 최종 석방되면 대이란 제재 위반 등의 혐의로 미국에 수감된 소수의 이란인을 석방할 예정이라고 소식통들은 NYT에 전했다.

한국의 우리은행 및 IBK기업은행에 있는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계좌에는 약 70억 달러(9조2천억원) 규모의 돈이 동결돼 있다.

이 돈은 석유 결제 대금으로 이란에 지급돼야 하는 것이지만, 이란중앙은행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되면서 묶여있는 상태다.

동결된 이란 자금이 해제될 경우 이란은 이를 인도주의적 목적과 의약품에만 사용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와 관련,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이날 멕시코 외교부 장관과 회담 뒤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이 해제되는지 등을 묻는 말에 "이것은 (수감자) 가족들이 겪은 악몽이 끝나는 시작이지만, 이들을 데려오려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어떤 경우에도 이란의 제재가 완화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며 "이란 소유의 자금은 제한된 계좌로 이체돼 인도주의적인 목적으로만 사용될 것이며 이는 현 제재에서도 허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에서 가택연금에 들어간 미국인 5명에 대해 국무부가 접촉했으며 이들 외에 추가로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은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의 이번 협상을 놓고 공화당은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망했다.

동결된 자금이 결국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손에 들어가 중동 지역의 무장 세력 지원에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모든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며 역내외 불안정을 초래하는 이란의 활동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