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나바로 "이탈리아 사람이라면 한국전 모두 기억해"
마테라치 "한국축구, 한일 월드컵 때도 잘했지만 더 발전"
한일 월드컵 아픔 기억하는 이탈리아 전설들 "내가 뛰었다면…"
"첫 번째 한국 방문이 내게 좋은 기억은 아니었죠. 물론 호나우지뉴에게는 좋았을 겁니다.

"
이탈리아의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로 뛴 마르코 마테라치는 10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방한 소감을 남겼다.

마테라치의 첫 번째 방한은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이다.

당시 이탈리아는 16강에서 한국에 패해 발길을 돌렸다.

연장 후반 11분 이영표의 대각선 크로스를 머리로 받은 안정환이 2-1 승리를 결정하는 골든골을 넣고 보여준 '반지 세리머니'는 한국 축구사의 상징적 장면이 됐다.

반면 이탈리아 팬들에게는 '악몽'으로 남았다.

이 때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봐야만 했던 마테라치는 한국 축구에 대해 "20년가량 전 기억을 떠올려봐도 실력이 좋았다.

그런데 월드컵을 치를 때마다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호평했다.

마테라치를 비롯해 파비오 칸나바로, 호나우지뉴는 10월에 예정된 '레전드 올스타전' 홍보차 이날 국내 취재진과 만났다.

이들을 포함해 세계 축구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선수들이 10월 2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친선 경기를 치른다.

칸나바로도 "이탈리아 사람이라면 그때 월드컵 한국전을 다 기억하고 있다"며 "이후 한국은 더 발전했다.

유소년 시스템, 팬들이 열정적인 문화 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일 월드컵 아픔 기억하는 이탈리아 전설들 "내가 뛰었다면…"
칸나바로와 마테라치는 한일 월드컵 다음인 2006 독일 대회에서 이탈리아의 우승을 합작했다.

칸나바로는 그해 수비수로는 사상 3번째로 발롱도르를 받아 축구사에 이름을 새겼다.

2000년대 이탈리아 '수비의 핵'이었던 칸나바로도 문제의 한국전에 뛰지 못했다.

조별리그에서 경고가 쌓아 16강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출전했다면 승부가 뒤집혔을 것이라 생각하냐는 질의에 칸나바로는 단번에 "물론"이라고 답했다.

같은 질문을 받은 마테라치는 "아주 쉬운 질문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테라치는 골든골의 주인공 안정환과 페루자(이탈리아)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마테라치는 안정환을 언급하며 "매우 좋은 선수였지만, 2002 월드컵에서 우리를 이겼기 때문에 아주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웃었다.

이들과 달리 호나우지뉴에게 2002 한일 월드컵은 기쁨이 가득한 대회였다.

호나우지뉴가 이끈 브라질은 결승에서 독일을 꺾고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한국에 좋은 기억이 있다"고 웃은 호나우지뉴는 "한국 축구는 단기간에 발전을 이뤘다.

지금은 세계적인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한편 줄리우 세자르는 이날 개인 사정으로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2004년부터 11년간 브라질의 골문을 지킨 세자르는 2009-2010시즌 인터밀란(이탈리아)의 트레블(3관왕)에 기여한 골키퍼다.

한일 월드컵 아픔 기억하는 이탈리아 전설들 "내가 뛰었다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