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고효율' 개최 이득만 따져…특별법으로 예산 확보 명분 쌓아
천문학적 예산 받아 부지기반 시설 '착착'…야영장 준비는 부실투성이
외유성 해외 연수 드러나 빈축 사기도…대회 끝나고 상당한 후폭풍 예상
'염불보다 잿밥'…세계잼버리, 새만금 SOC 건설 포석이었나?
전북도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유치를 계기로 새만금 부지내 부족한 기반 시설(SOC) 구축에 속도를 내려고 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제 대회 개최를 명분 삼아 정부로부터 천문학적 시설 예산을 받아놓고도 부실한 행사를 치러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도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전북연구원은 2017년 '새만금과 전북 대도약 자신감 획득'이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냈다.

표면적으로는 세계스카우트총회에서 잼버리를 유치한 것을 환영한다는 내용이지만, 속내는 따로 있었다.

전북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잼버리 유치로) 새만금 기반 시설을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는 명분을 확보하게 됐다"며 "사업비를 1조원대로 늘려 기간을 단축하면, 전북에 1조2천589억원의 부가가치가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전북도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이듬해인 2018년 8월 자료를 내고 "'저비용 고효율'의 잼버리로 전북에 필요한 공항 같은 절대적 SOC 등 각종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며 "전북, 새만금, 국가 위상, 도민의 삶과 질을 한껏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라고 품은 뜻을 숨기지 않았다.

'염불보다 잿밥'…세계잼버리, 새만금 SOC 건설 포석이었나?
전북도의 이러한 바람은 입법화 과정에서 현실이 됐다.

2018년 11월 국회를 통과한 '세계잼버리지원특별법'은 대회 준비와 운영을 총괄하는 조직위원회를 설치하고, 국가나 자치단체는 행사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핵심은 국가와 자치단체가 잼버리 관련 시설을 신축·개축하는 사업비를 지원하도록 해 새만금 조기 개발을 위한 SOC 확충에 탄력이 붙었다는 것이다.

잼버리 예산은 당초 491억원으로 책정됐으나 2020년 846억원으로 배 가까이 늘었고, 대회 직전에는 1천130억원까지 치솟았다.

기반 시설 구축에도 속도가 붙었다.

전북도는 '잼버리 성공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며 특별법을 근거로 새만금 국제공항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조기 개통 등을 요구했고, 중앙 정부의 집중적 예산 투자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2021년에만 물류 체계 트라이포트(공항·항만·도로) 건설과 그린 산업단지 조성 명목으로 1조4천136억원을 챙겼다.

전북연구원은 특별법 통과 이후 잼버리 지표를 다시 분석해 국가적으로는 9조8천16억원, 전북도는 5조5천318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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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반 시설이 착착 들어설 동안 새만금 야영장의 환경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대회 개최 직전까지 야영장에 마련된 샤워장은 281동으로 목표했던 417동에 크게 못 미쳤고, 스카우트 대원과 지도자 등 4만3천여명이 쓰는 화장실은 354개에 그쳤다.

화장실 청소 또한 초기에는 하루 3번 정도만 이뤄졌으나 다행히 정부가 뒤늦게 대회에 직접 개입하면서 인력이 대폭 늘어 위생이 나아졌다.

전북도와 부안군은 잼버리를 앞두고 수십 차례 해외 출장과 연수를 다녀왔는데, 이 기간에 축구장 방문과 명소 관람 등 외유성 일정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태풍 '카눈' 북상으로 대원과 지도자들이 야영장을 떠난 이후, 전북도에는 벌써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부실한 대회 준비 과정을 따지는 의원들의 질의와 자료 요구가 빗발쳐 업무가 어려울 지경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도는 "폭염·침수 피해 예방을 위한 예산이 제때 내려오지 않았다"고 책임을 돌리면서도 잼버리 유치가 새만금 기반 시설 구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정부는 12일까지 예정된 잼버리를 마무리하고 이후 준비 과정의 잘잘못을 묻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잼버리를 잘 마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도 "(잼버리 파행의) 원인을 밝히는 문제는 끝나고 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철수 과정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볼 도민을 생각하면 면목이 없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도민 여러분께 더 심려를 끼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염불보다 잿밥'…세계잼버리, 새만금 SOC 건설 포석이었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