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양평고속道 본질과 예타 조사의 한계
북한이 지난달 27일 전승절 70주년을 맞아 중국, 러시아와의 연대를 과시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오는 18일 미국·일본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한반도가 신냉전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 한편 지난달 말 미국이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올리면서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등 나비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 한국의 경제성장률만 지난해 7월부터 연속해서 하향했다.

이런 와중에 장마와 폭염으로 사망자가 계속 발생하고, 교권과 학생 인권이 사회적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으며, 묻지마 살인이 버젓이 예고되고 있다. 정말 우리나라 위정자들이 해야 할 일이 많고, 녹록해 보이지도 않는다.

국회는 8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휴지기에 들어갔지만, 내년 4월에 있을 총선 때문인지 아니면 휘발성이 강한 문제라 그런지 서울∼양평고속도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우리나라는 고속도로와 같은 대규모 재정 투입 사업의 경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수행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것을 받는다. 물론 서울∼양평고속도로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KDI가 2021년 5월 발간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재원은 국고 6729억원과 한국도로공사 자금 7980억원이며, 알려진 바와 같이 경기 하남시 감일동에서 양평군 양서면까지 약 27㎞ 구간에 왕복 4차로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일반적으로 예타 조사는 단일안이 아니라 복수의 시나리오로 분석하는데, 이 경우 시나리오는 3기 신도시를 반영해 상사창IC를 설치하는 ‘시나리오1’과 신도시를 미반영해 상사창IC를 설치하지 않는 ‘시나리오2’다.

이에 따라 총사업비와 교통 수요를 추정했는데, 시나리오1은 경제성(B/C)이 0.87로, 시나리오2는 0.67이 나왔다. 편익을 비용으로 나눈 B/C가 1.0 미만이면 경제성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처럼 편익 분석으로 보면 서울∼양평고속도로는 본질적으로 경제성이 취약한데, 그래도 예타 조사를 통과한 것은 종합평가라고 하는 AHP 분석 결과 때문이다. AHP 값이 0.5보다 높으면 정책적 타당성이 있다고 보는데, 시나리오2는 0.452가 나왔지만 시나리오1이 0.508로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타당했다. 그런데 그 AHP를 평가한 주체가 8명(최대값과 최소값 제외)이다. 시나리오2는 8명 모두가 사업 미시행을 타당한 것으로 판단했고, 시나리오1은 5명이 사업 시행을 타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즉, 한 명의 의견이 달랐다면 사업 시행의 타당성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그 한 명의 평가도 0.503에 불과했다.

이번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은 예타 조사에서 다룬 종착점인 양서면이 강상면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설명대로 업체와 공무원들이 기계적으로 종착점을 변경했는지, 그 변경이 타당한지는 따져볼 대목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의구심이 드는 것은 경제성이 취약한 막대한 재정 투입 사업을 소수의 평가자가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현재의 예타 조사 방법이 적정하냐는 것이다. 이번 KDI 예타 분석이 잘못됐다거나, 경제성이 부족하므로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을 백지화하자는 주장은 결코 아니지만 정책 결정에 대한 신뢰는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이번 논란이 정치적인 다툼으로만 끝나지 않고 예타 조사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