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권리장전 주요내용 윤곽…프라이버시권·연결되지 않을 권리 등도 검토
과기정통부, MZ·대학 총장 등 각계 의견 수렴해 내달 디지털 권리장전 발표
새로운 디지털 규범에 '잊힐 권리' 담고 '가짜뉴스' 책임 규정(종합)
개인이 자신에 대한 허위 정보, 인신공격, 그리고 속칭 '흑역사' 등을 디지털 기록에서 삭제하도록 요구할 권리를 뜻하는 '잊힐 권리'가 정부가 만들 디지털 이용 원칙에 담길 전망이다.

잊힐 권리는 인터넷이 생활화되고 나서부터 온라인상에서 가장 필요한 국민 기본권 중 하나로 꼽혀왔다.

누군가 불법적으로 올린 자신에 대한 정보, 비방이나 험담, 사실이지만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콘텐츠 등이 온라인상에 남아있을 때 이를 없앨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 국제회의장에서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을 목표로 수립 중인 디지털 권리장전에 담길 내용을 국내 주요 대학 총장들에게 소개하며 잊힐 권리 등을 디지털 시대 국민의 권리로 포함하는 방안을 밝혔다.

디지털 권리장전 자체가 법적 강제성을 띠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공식 원칙으로 명문화되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관련 법률과 시행령 등도 정비될 전망이다.

송상훈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관은 디지털 권리장전 논의 내용을 소개하며 "개인 정보 접근 통제권에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을 권리에 더해 자신의 개인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잊힐 권리나 개인정보 전송 요구권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 범죄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과 절차, 미래세대의 주역인 아동, 청소년에 대한 특별한 보호에 관한 내용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디지털 권리장전에 잊힐 권리 외에도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도 내에서 가짜 뉴스, 허위·조작 등 사회 질서를 위협하는 정보 생산 행위의 책임을 규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인한 편향성을 방지하는 방안을 담을 방침이다.

송 정책관은 "디지털 경제, 특히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우에서 규모의 경제로 인한 정보의 독점과 격차, 지배력 남용 행위로 발생하는 폐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이터, 암호화폐, AI 저작물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자산과 관련해 소비자 피해나 법적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가치에 대한 기여를 인정하는 부분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디지털 시대 국민의 권리로 디지털 감시, 위치 추적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인 디지털 프라이버시권, 공공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 사용을 강요받지 않고 대안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디지털 과의존에서 벗어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누릴 권리를 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디지털 환경에서 일하며 업무 외 시간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함께 전통 고용관계에서 벗어난 플랫폼 노동환경에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도 논의 중이다.

아울러,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과 더불어 공정 경쟁 촉진을 목표로 디지털 혁신 활동을 장려하는 방안도 담는다.

새로운 디지털 규범에 '잊힐 권리' 담고 '가짜뉴스' 책임 규정(종합)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균태 경희대 총장은 정부의 디지털 권리장전 수립 내용에 대해 "향후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앞서가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는만큼 지금 이야기하는 권리장전이 과연 5년 10년 뒤에도 적용이 될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밭대 오용준 총장은 "가짜정보로부터 개인이 보호받을 권리 등을 디지털 기본권에 포함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대학 등 고등교육에서 편향된 정보를 걸러내는 능력 등을 배양하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호 장관은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세계에 도움이 되는 디지털 질서를 우리나라가 먼저 정립하고 디지털 강국으로 다시 한번 도약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다음 달 안으로 디지털 권리장전을 발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