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 HL만도는 브레이크 패드,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실시간 상태를 원격으로 진단하고 교체 시기를 예측하는 솔루션을 국내 최초로 개발 중이다. 브레이크 패드는 보통 주행거리 4만㎞마다 바꿔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교체 주기는 운전 습관, 주행 환경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月 1억건…車 데이터로 돈 버는 렌터카
HL만도는 SK렌터카의 주행 데이터를 분석해 예측 모델부터 만들었다. 렌터카 회사만 보유한 생생한 주행 데이터 덕분이다. SK렌터카는 주행 데이터를 판매해 업계 처음으로 ‘데이터 수익화’에도 성공했다. 단순 차량 대여 사업을 넘어 데이터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는 렌터카 기업의 진화상이다.

실주행 데이터로 수익화 성공

7일 SK렌터카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자체 차량 종합관리 솔루션인 ‘스마트링크’를 통해 매달 평균 1억1000건 넘는 실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운전자가 차에 스마트링크 단말기를 설치하면 기본 운행 자료는 물론 급가속·감속 횟수, 주유·충전 이력, 주변 도로 정보 등 대당 약 1만 종의 차량 관련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서비스를 시작한 2016년부터 올 1월까지 쌓인 데이터는 243억 건에 이른다.

초반에만 해도 이 데이터는 장·단기 렌터카를 모니터링하는 데만 쓰였다. 하지만 자료량이 방대해지고 ‘모빌리티 데이터’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SK렌터카도 독자적인 데이터 사업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자동차 정비, 중고 거래,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DV) 설계, 자율주행까지 실시간 주행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데이터 관리 시장의 규모는 올해 26억4000만달러에서 2032년 142억9000만달러(약 18조6400억원)로 급증할 전망이다.

HL만도와의 협업은 그 대표 성과다. SK렌터카는 HL만도가 개발한 모델을 바탕으로 브레이크 패드, 타이어 등 각종 부품의 정비 시기를 예측해 알려주는 솔루션을 연내 출시하기로 했다. SK온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수명을 예측하는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데이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작년부터는 업계 최초로 적지만 데이터 판매 수익도 내기 시작했다. 올해는 수익 규모가 2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SK렌터카 관계자는 “스마트링크를 통해 데이터를 제공하는 차량은 현재 7만 대인데 연말에는 10만 대로 늘어날 것”이라며 “제조사가 구하기 어려운 실주행 데이터의 활용처를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데이터로 ‘사고 비용’도 줄여

렌터카업계 1위인 롯데렌탈도 데이터 경영으로 수익 극대화를 실현하고 있다. 이 회사는 계약자의 운전 이력, 연령, 운행 데이터 등을 분석해 사고 예방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차를 빌리려는 사람의 특성에 따라 마케팅과 계약 내용을 달리해 사고율을 최소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롯데렌탈은 매출 대비 사고보상액 비율을 작년 2분기 11.6%에서 올해 10.7%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2년 뒤에는 8.5%까지 낮추는 게 목표다.

2분기 기준 실적도 역대 최대다. 롯데렌탈은 2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7.4% 늘어난 85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데이터 접목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