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가 빠르게 열리면서 배터리, 타이어 등 전기차 핵심 부품 업체의 실적도 가속이 붙었다.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모두 갖춘 한국 기업에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원재료값, 물류비 등이 하락하면서 수익성도 높아지고 있다.

○LG엔솔, 수주잔액 440조원

전기차 달리자 K배터리·타이어도 질주
K배터리 3사는 올 상반기 실적에서도 고속 성장을 증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상반기 매출 17조5206억원, 영업이익 1조938억원을 달성했다. 작년 상반기 대비 각각 86.1%, 140.7% 증가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볼트 EV 리콜 관련 비용이 반영되면서 시장 추정치를 밑돌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운영하고 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향후 추가적인 리콜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고 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은 상반기에 총 2112억원 반영됐다. 북미 지역에 선제적으로 생산 거점을 확보해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IRA 세액공제 효과도 커질 전망이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이 받은 AMPC의 일부를 완성차 업체와 나누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혀 최종 수혜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하반기에도 실적 호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 6월 말 기준 수주잔액은 440조원으로 작년 말(385조원) 대비 14%(55조원) 늘었다. 이 부사장은 “전년 대비 올해 연 매출 증가율은 30% 중반 이상으로 보고 있다”며 당초 제시했던 ‘매출 25~30% 확대’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SDI도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7.4% 증가한 11조1954억원, 영업이익은 9.9% 증가한 8256억원이었다. 전자재료 사업이 주춤한 반면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성장이 두드러졌다. 이 부문 상반기 매출은 10조679억원, 영업이익은 7635억원에 달했다.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의 약 90%를 배터리 사업으로 거둔 셈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올 하반기 헝가리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신규 라인 가동이 예정돼 있다”며 “앞으로도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판매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어 3사 ‘깜짝 실적’

전기차 달리자 K배터리·타이어도 질주
연내 흑자 전환을 목표로 달리고 있는 SK온은 상반기 적자 폭을 4762억원으로 줄였다. 전년 동기보다 영업손실 규모가 20.6% 감소했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74.8% 급증한 7조14억원이었다. 처음으로 반기 기준 매출 7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중국, 헝가리 등 해외 신규 공장 수율이 개선되고 판매량이 늘면서 수익성이 높아졌다. SK온의 발목을 잡아 왔던 수율은 글로벌 평균 90% 이상으로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 AMPC 효과(1670억원)도 올 상반기 처음으로 반영됐다. SK온 관계자는 “하반기엔 수혜 규모가 더 커지면서 손익 개선 효과가 더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타이어 3사는 올 상반기 일제히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다. 지난해까지 타이어업계의 골칫거리였던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진정된 덕분이다. 올해부터 완성차업계 생산이 정상화되면서 신차용 타이어(OE) 판매가 회복된 데다 전기차용 타이어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늘어난 것도 실적 호조에 기여했다.

한국타이어는 올 상반기 매출 4조3675억원, 영업이익 43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45.7% 증가했다. 금호타이어는 매출이 22.7% 증가한 2조30억원, 영업이익은 5899.5% 급증한 1426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넥센타이어도 상반기 매출이 1조3310억원으로 12.2% 늘었다. 영업이익은 532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3사는 해외 투자를 늘리며 체급 업그레이드에 힘쓰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전기차 타이어 수요가 급증하는 미국 테네시에 약 2조원을 들여 새 공장을 짓고 있다. 지난해 북미 공장 건설을 마친 금호타이어도 베트남 공장 증설을 마무리하고 있다. 넥센타이어 역시 유럽 공장 증설, 북미 신공장 설립 등의 계획을 잇달아 내놓은 상태다. 현지 생산 확대로 물류비를 줄이면 수익성 제고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