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숫자와 싸워온 예산통 관료…복지현장 한복판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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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연금·건강보험 개혁, 의대정원 확대…
정권 명운 걸린 이슈,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챙겨
조용히 강한 스타일…‘복지잣대’ 중위소득 역대 최대로
韓 최초 국가장기종합전략 ‘비전 2030’ 이끌기도
기획재정부의 ‘예산통’으로 이름을 날리며 예산총괄과장, 경제예산심의관, 재정관리관 등 요직을 거쳐온 그가 작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조각에서 복지부 1차관에 임명됐을 때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평생을 숫자와 싸워온 사람이 아수라장이나 다름 없는 복지 현장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이 같은 평가가 무색하게 그는 오차 없는 일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산적한 현안들을 차근히 처리해나갔다. 정부 출범 초반 복지부 장관 인선이 연이은 후보자 낙마로 차질을 빚으면서 어느 순간 장관 후보군에까지 이름을 올리던 그는 차관 임명 4개월 만에 장관으로 ‘초고속 승진’한다.
30년을 ‘재정 건전성’만 바라보고 산 예산통이 연금개혁, 건강보험 개혁, 저출산·고령화, 코로나19 방역, 의료계 분쟁까지 우리 사회 갈등의 진앙 한복판에 뛰어든 것이다.
조 장관은 복지부에 온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각종 브리핑이나 국회, 인터뷰 등을 앞두고 작은 부분까지 직접 챙긴다.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있고, 자칫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복지, 보건 이슈를 다루는데 있어 정확하지 않거나 오해를 살 수 있는 메시지가 나가선 안된다는 것이 조 장관의 지론이다. 그는 직원들의 보고 자료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검토한 후 직접 피드백을 주고, 주말이면 밀린 자료들을 읽고 다가오는 이슈에 대해 스스로 ‘스터디’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복지부는 연금개혁 논의를 위해 구성한 전문가 태스크포스(TF)격인 재정계산위원회에서 이뤄진 거의 모든 논의 내용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과거 정부들이 연금개혁 논의 내용을 최대한 숨기며 폐쇄적으로 관리해온 것과는 정 반대다.
최근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두고선 그간 공급자 측인 의료계와만 협의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수요자 단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나서 의료계와 충돌하기도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매사 신중해보이면서도 이해관계자 단체와의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과거의 틀을 깨나가고 있다”며 “튀진 않지만 조용히 묵묵하게 할 일을 밀어 붙이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실력으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그였지만 이 점에선 ‘운’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 기재부 내의 평가다. 그의 행시 32회 기재부 동기 중엔 유독 예산통이 많았다.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과 안일환 국제개발협력기구(OECD) 대사가 대표적이다. 조 장관과 함께 예산실 3인방으로 불린 이들은 서울대 경제학과 선후배 사이로, 나이는 안일환(1961년), 구윤철(1965년), 조규홍(1967년)순으로 조 장관이 가장 어렸다.
조 장관은 박근혜 정부 후반인 2016년 11월 동기 중 가장 먼저 1급인 재정관리관에 올랐다. 이듬해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뒤 예산실장 인선을 두고 3인방이 경쟁한 끝에 구윤철 전 국조실장이 가장 먼저 예산실장이 됐고, 안일환 대사가 그 뒤를 이었다. 두 사람은 예산실장에 이어 기재부 2차관까지 역임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급에 올랐다. 반면 조 장관은 2018년 9월 기재부를 떠나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로 부임했다. 그리고 2022년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에 참여하며 복지부 1차관으로 관가에 복귀했다. 이후 반년도 지나지 않아 부처 예산만 110조원에 달하는 최대 예산 부처인 복지부의 장관이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운이란 게 이렇게 신묘하다”고 평했다.
재정관리관 시절엔 규제개혁 성과와 재정 지원을 연계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비슷한 기금과 특별회계를 통폐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던 ‘지출혁신 2.0’의 틀을 짜는데 기여했다. 당시 혁신 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자기 살을 깎기 싫었던 관계 부처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이 때 조 장관은 각 부처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때론 압박해가며 32개 혁신 과제를 이끌어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만들어진 ‘비전 2030’ 역시 그의 경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다. 비전2030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장기종합전략으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목표로 했다. 당시 기획예산처 전략기획팀장이었던 조 장관은 복지분야를 포함한 재정투자 전략을 마련하고 입안을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를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복지분야 재정투자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장기 국가비전인 ‘비전 2030’ 입안을 총괄했다”며 “앞으로 상생의 연금개혁 추진 등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제도 확립, 사회복지 및 보건의료 분야 재정지출 효율화, 건강보험제도 개편과 필수 공공의료 강화 등 보건복지 분야 핵심 국정과제를 이끌어줄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복지 문제에서도 때로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7월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73개 복지사업의 기준이 되는 ‘기준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 수준인 6.09%(4인 가구) 높이기로 했다. 생계급여 지원 대상도 중위소득 30%에서 7년 만에 32%로 높이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기초생활보장제도 가운데 생계급여만 연간 2조원 이상의 재원이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 조 장관은 브리핑에서 “기준 중위소득 인상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취약계층 지원을 확대하는 약자복지 실현의 과정"이라며 “약자복지를 위한 지출은 늘리되 효과가 떨어지는 지출은 구조조정을 해서 전체적인 재정 부담은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1988년 국민연금제도 도입 이래 한 번도 깨지못한 ‘10%의 벽’을 깨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방향이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 판도를 뒤흔들 ‘블랙홀’이 될 수 있어 그 향방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외에도 출산율 반등, 건강보험 개혁, 의대 정원 확대 등 조 장관에게 주어진 과제들은 하나 같이 무겁고 단시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일들이다. 조 장관은 최근 정확하고 신속한 대국민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복지부는 장관과 두 명의 차관이 거의 매일 1~2개의 방송과 포럼 등 행사에 참여해 최근 현안들에 대해 정부의 입장과 향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해선 연령별·직종별로 10여차례의 간담회를 열며 연금개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
조 장관은 "보건복지 분야의 많은 현안은 구조적인 문제가 계속 누적된 결과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다"면서 "국민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고 있음을 공감할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하게 정책을 설계하고 이를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허세민 기자
정권 명운 걸린 이슈,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챙겨
조용히 강한 스타일…‘복지잣대’ 중위소득 역대 최대로
韓 최초 국가장기종합전략 ‘비전 2030’ 이끌기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첫 인상은 ‘엘리트 관료’다. 업무 현장에서나 사석에서나 단정하게 빗어넘긴 머리와 몸에 딱 맞는 말끔한 양복 차림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처럼 조 장관은 신중하고 꼼꼼한 일처리로 관가에서 정평이 난 인물이다.
기획재정부의 ‘예산통’으로 이름을 날리며 예산총괄과장, 경제예산심의관, 재정관리관 등 요직을 거쳐온 그가 작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조각에서 복지부 1차관에 임명됐을 때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평생을 숫자와 싸워온 사람이 아수라장이나 다름 없는 복지 현장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이 같은 평가가 무색하게 그는 오차 없는 일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산적한 현안들을 차근히 처리해나갔다. 정부 출범 초반 복지부 장관 인선이 연이은 후보자 낙마로 차질을 빚으면서 어느 순간 장관 후보군에까지 이름을 올리던 그는 차관 임명 4개월 만에 장관으로 ‘초고속 승진’한다.
30년을 ‘재정 건전성’만 바라보고 산 예산통이 연금개혁, 건강보험 개혁, 저출산·고령화, 코로나19 방역, 의료계 분쟁까지 우리 사회 갈등의 진앙 한복판에 뛰어든 것이다.
“여긴 모든 현장이 실전” … 사회 갈등 한복판 뛰어든 예산통
조 장관이 맞닥뜨린 복지 현장의 분위기는 상상 이상으로 차가웠다고 한다. 그가 1차관에 임명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열린 한 이해관계단체 간담회에선 별 이야기도 하지 않았는데 상대편으로부터 공책이 날아들었다. 조 장관은 “이 때 ‘아 복지부는 모든 현장이 실전이구나’라고 느꼈다”며 “숫자로 보이는 것 밖에 있는 미묘한 갈등들과 역사를 모르면 아무 일도 안되겠더라”고 말했다. 이후 그는 조금이라도 모르는 분야에 대해선 소속을 가리지 않고 전화를 걸고 물어가며 복지부의 현안들을 흡수해나갔다. 어느 날은 연금, 인구 등 1차관 소속이 아닌 2차관 산하에 있는 보건의료 분야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누구세요?’란 답이 돌아왔다. 임명된지 며칠 안된 타 부처 출신, 그것도 다른 소관 차관의 휴대폰 번호까지는 그 과장이 미처 저장을 하지 못했던 것. 조 장관은 웃으며 자기 소개를 하고 질문을 쏟아낸 뒤 전화를 마쳤다고 한다.조 장관은 복지부에 온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각종 브리핑이나 국회, 인터뷰 등을 앞두고 작은 부분까지 직접 챙긴다.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있고, 자칫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복지, 보건 이슈를 다루는데 있어 정확하지 않거나 오해를 살 수 있는 메시지가 나가선 안된다는 것이 조 장관의 지론이다. 그는 직원들의 보고 자료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검토한 후 직접 피드백을 주고, 주말이면 밀린 자료들을 읽고 다가오는 이슈에 대해 스스로 ‘스터디’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개혁은 내용만큼 절차도 중요”
기재부 시절부터 꼼꼼함으로 정평이 난 조 장관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는 그가 맡고 있는 현안 하나 하나가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할 정도의 무게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999년부터 25년째 9%로 동결된 국민연금 보험료를 인상해 기금고갈 시기를 늦추는 ‘연금개혁’과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0.7명대의 출산율을 기록하며 ‘국가 소멸’까지 거론될 정도로 심각한 인구 문제도 그의 책상 위에 놓여져 있다.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의료 수요가 폭증하면서 2028년 기금 고갈이 예고된 건강보험 개혁과, 의료 파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의대 정원 확대까지 우리 사회 안의 ‘핵폭탄’ 같은 이슈들이 즐비하다. 기재부 출신이 장관으로 오면서 차가운 구조조정이 있을 것을 것이라는 복지부 안팎의 예상과 달리 그의 과제들은 의외로 조용하게, 하지만 ‘순서’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조 장관은 지난 5월 한 포럼에서 연금개혁에 대해 “대대적 구조개혁이기에 보다 세밀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는 필수”라며 “최근 연금개혁을 단행한 프랑스도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해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는 것처럼 내용만큼 절차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복지부는 연금개혁 논의를 위해 구성한 전문가 태스크포스(TF)격인 재정계산위원회에서 이뤄진 거의 모든 논의 내용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과거 정부들이 연금개혁 논의 내용을 최대한 숨기며 폐쇄적으로 관리해온 것과는 정 반대다.
최근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두고선 그간 공급자 측인 의료계와만 협의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수요자 단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나서 의료계와 충돌하기도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매사 신중해보이면서도 이해관계자 단체와의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과거의 틀을 깨나가고 있다”며 “튀진 않지만 조용히 묵묵하게 할 일을 밀어 붙이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기재부 2차관 놓쳤지만 … 110조 예산 부처 장관으로
조 장관은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사대부고를 졸업한 뒤 1985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들어갔다. 대학교 4학년 때인 1988년 32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이듬해 공직에 입문했다. 1989년 총무처 수습사무관을 시작으로 관세청에서 본격적인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3년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무부 관세국으로 옮기며 재정 관료의 길을 걷는다. 이후 정권마다 재정 담당 조직이 재정경제원, 기획예산처, 현재의 기획재정부 등으로 숱하게 형태가 바뀌었지만 그는 농림해양재정과장, 예산제도과장, 예산총괄과장, 경제예산심의관, 재정관리관 등을 맡으며 행시 32회에서 대표적 예산통으로 자리잡았다. 국가 예산을 총괄하는 자리인 기재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하지 못한 것은 그의 경력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실력으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그였지만 이 점에선 ‘운’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 기재부 내의 평가다. 그의 행시 32회 기재부 동기 중엔 유독 예산통이 많았다.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과 안일환 국제개발협력기구(OECD) 대사가 대표적이다. 조 장관과 함께 예산실 3인방으로 불린 이들은 서울대 경제학과 선후배 사이로, 나이는 안일환(1961년), 구윤철(1965년), 조규홍(1967년)순으로 조 장관이 가장 어렸다.
조 장관은 박근혜 정부 후반인 2016년 11월 동기 중 가장 먼저 1급인 재정관리관에 올랐다. 이듬해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뒤 예산실장 인선을 두고 3인방이 경쟁한 끝에 구윤철 전 국조실장이 가장 먼저 예산실장이 됐고, 안일환 대사가 그 뒤를 이었다. 두 사람은 예산실장에 이어 기재부 2차관까지 역임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급에 올랐다. 반면 조 장관은 2018년 9월 기재부를 떠나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로 부임했다. 그리고 2022년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에 참여하며 복지부 1차관으로 관가에 복귀했다. 이후 반년도 지나지 않아 부처 예산만 110조원에 달하는 최대 예산 부처인 복지부의 장관이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운이란 게 이렇게 신묘하다”고 평했다.
“꼼꼼하면서도 때론 누구보다 과감”
기재부 시절 조 장관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를 꼼꼼하면서도 때론 누구보다도 과감했던 인물이라 말한다. 조 장관은 기재부 예산총괄과장 시절인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을 위한 28조4000억원의 당시 역대 최대 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 작업을 주도했다. 그 전까지 많아야 5조원 수준이던 추경의 틀을 깬 조치였다. 당시 정부의 과감한 재정 지출 확대 조치는 공격적 기준금리 인하, 통화 스와프 등과 함께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 궤도에 오르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재정관리관 시절엔 규제개혁 성과와 재정 지원을 연계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비슷한 기금과 특별회계를 통폐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던 ‘지출혁신 2.0’의 틀을 짜는데 기여했다. 당시 혁신 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자기 살을 깎기 싫었던 관계 부처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이 때 조 장관은 각 부처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때론 압박해가며 32개 혁신 과제를 이끌어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만들어진 ‘비전 2030’ 역시 그의 경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다. 비전2030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장기종합전략으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목표로 했다. 당시 기획예산처 전략기획팀장이었던 조 장관은 복지분야를 포함한 재정투자 전략을 마련하고 입안을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를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복지분야 재정투자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장기 국가비전인 ‘비전 2030’ 입안을 총괄했다”며 “앞으로 상생의 연금개혁 추진 등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제도 확립, 사회복지 및 보건의료 분야 재정지출 효율화, 건강보험제도 개편과 필수 공공의료 강화 등 보건복지 분야 핵심 국정과제를 이끌어줄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복지 문제에서도 때로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7월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73개 복지사업의 기준이 되는 ‘기준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 수준인 6.09%(4인 가구) 높이기로 했다. 생계급여 지원 대상도 중위소득 30%에서 7년 만에 32%로 높이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기초생활보장제도 가운데 생계급여만 연간 2조원 이상의 재원이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 조 장관은 브리핑에서 “기준 중위소득 인상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취약계층 지원을 확대하는 약자복지 실현의 과정"이라며 “약자복지를 위한 지출은 늘리되 효과가 떨어지는 지출은 구조조정을 해서 전체적인 재정 부담은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
직무대행 시절을 포함하면 1년 반 가까이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고참 장관'이지만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 조 장관의 이야기다. 정부는 올해 10월말까지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 방향이 담긴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1988년 국민연금제도 도입 이래 한 번도 깨지못한 ‘10%의 벽’을 깨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방향이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 판도를 뒤흔들 ‘블랙홀’이 될 수 있어 그 향방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외에도 출산율 반등, 건강보험 개혁, 의대 정원 확대 등 조 장관에게 주어진 과제들은 하나 같이 무겁고 단시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일들이다. 조 장관은 최근 정확하고 신속한 대국민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복지부는 장관과 두 명의 차관이 거의 매일 1~2개의 방송과 포럼 등 행사에 참여해 최근 현안들에 대해 정부의 입장과 향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해선 연령별·직종별로 10여차례의 간담회를 열며 연금개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
조 장관은 "보건복지 분야의 많은 현안은 구조적인 문제가 계속 누적된 결과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다"면서 "국민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고 있음을 공감할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하게 정책을 설계하고 이를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