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학생 밥 사주자…부모 "우리 애 거지취급"
서울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교원 단체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동료 교원을 잃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교권보호를 위한 5대 정책, 30대 과제를 제시했다.

5대 정책으로는 ▲ 수업방해, 교권침해 등 문제행동에 대한 학생 대책 ▲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학생의 학습권 및 교원의 교권보호 대책 ▲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및 악성 민원 대책 ▲ 학교폭력예방법 조속 개정 ▲ 교권보호 여건 및 학교환경 개선 등을 요구했다.

교총은 세부 과제로, 먼저 수업 방해 학생을 즉각 교원이 제지할 수 있도록 교실 퇴실 등 실질적 제재를 담은 내용을 이번달 발표될 교육부 고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기능을 지역교육청으로 이관·강화하고, 학생생활기록부에 전학·퇴학·학급교체 등의 교권 침해 가해 사실을 기록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교사가 아동학대 신고만으로 경찰과 지자체 수사, 직위 해제나 담임 교체를 감내해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직위해제를 신중하게 하도록 하고, 신고자의 허위 사실이 명백할 경우 피해 교원이 요청하면 무고 또는 업무 방해로 고발할 수 있게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권침해 학부모에 대해서도 교원지위법을 개정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고발할 수 있게 하고, 지역교육청 콜센터 등 단일화된 민원창구를 개설하며 교원 개인 전화 비공개, SNS 등을 통한 민원 차단 등도 주장했다.

아울러 교총은 지난 달 25일부터 9일간 온라인으로 접수한 교권침해 실태 자료도 공개했다.

총 1만1천628건의 접수 사례 가운데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거나 악성 민원을 제기한 경우가 57.8%(6천720건)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학부모나 학생의 폭언·욕설 19.8%(2천304건), 업무방해·수업방해 14.9%(1천731건), 폭행 6.2%(733건), 성희롱·성추행 1.2%(140건) 순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전체의 71.8%(8천344건)로 학생에 의한 침해(28.2%·3천284건)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전북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이 자해로 얼굴에 멍이 들었는데 학부모는 교사가 아동학대를 했다고 신고했다. 교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 학부모는 이에 "교사가 학생을 화나게 해서 자해했다"며 다시 신고하는 사례가 있었다.

서울의 한 초교에서는 학생이 교실에서 걷다가 스스로 자기 발에 걸려 넘어져 다쳤는데도 학부모는 교사가 안전을 책임져야 했다면서 등굣길에 매일 집 앞까지 교사가 학생을 차로 데리러 오라고 요구했다.

인천의 한 초교에서는 학부모가 사채업자에게서 돈을 빌리면서 담임교사의 연락처를 줘 교사가 대신 독촉전화를 받는 일도 있었다.

또 체험학습 중 돈이 없어 밥을 사달라는 학생에게 교사들이 밥을 사주자 학부모가 아이를 '거지' 취급했다며 정신적 피해보상을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강원의 한 초교에서는 방과 후 시간에 술에 취한 학생 아버지가 교실에 들어오기도 했다. 교사가 '수업이 끝나지 않았다'며 기다려달라고 했더니 아버지가 교사의 멱살을 잡고 얼굴에 침을 뱉었다.

성희롱 사례도 눈에 띄었는데, 접수된 사례에 따르면 충북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이 선생님에게 "임신시키고 싶다" "먹고 싶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