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뉴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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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공식 개막한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서 더위 때문에 쓰러진 탈진자가 속출했다.

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밤사이 병원으로 옮겨진 청소년이 8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개영식에서 83명이 탈진했고, 1명은 왼쪽 발목 골절로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소방당국이 밝혔다. 이날 부안의 낮 최고 기온은 34도까지 치솟았고, 부안을 포함한 전북 일대에는 폭염 경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걸로 알려졌는데, 경찰과 소방은 한때 주변 비상 인력을 동원하는 '갑호 비상'과 '대응 2단계'를 발령하기도 했다.

새만금 잼버리에 자녀가 참석했다는 학부모 A씨는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아무리 잼버리 정신이라지만 최소한 위생적이고 깨끗하게 해주는 등 기본은 갖추고 야영시켰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해 탈수로 병원에 갔다 온 애들도 있는데 '내외빈 입장하는데 모두 일어나 주십시오, 큰 박수 부탁'이라며 무려 25분간 알파벳순으로 입장할 때 애들을 도열시켜 완전히 지치게 했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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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참가국 애들이 1인당 100만원 이상씩 냈다면 430억원, 그리고 정부 보조금이 있는데 팔레트를 깔고 자라니 이해가 안 된다"면서 "샤워 시설이 천막으로 돼 있어 옆에서 다 보였다. 화장실도 어렵다고 하더라"라고 지적했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 SNS 공식 계정에는 해외 참가자들의 부모로 보이는 이들이 작성한 "프로답지 못한 행사다", "모든 게 통제 불능 상태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등의 댓글이 눈에 띄었다.

"주최 측이 행사를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항의성 글들은 물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냐"고 묻는 외국인 부모도 있었다.

전날 행사장에는 잼버리 개영식과 불꽃 축제 등을 보기 위해 스카우트 대원 등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하지만 오후 10시 33분께 개영식이 끝나고 스카우트 대원들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현장에 대기하던 경찰관과 119구급대원은 쓰러진 대원들을 병원으로 이송했으며 조직위는 개영식 이후 많은 인파가 몰리는 부대 행사 중단을 요청했다.

앞서 전북민중행동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31일 공동성명을 내고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의 준비 문제가 보도됐다"며 "애초부터 농지 기준에 맞춰진 새만금 지역을 정치적인 이유로 잼버리대회 장소로 추진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 시민단체는 "대회 기간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폭염에 국민들에게는 자제가 권고되는 야외활동을 다수가 참여하는 국제행사에서 진행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정의당 전북도당 역시 "유례없는 호우와 폭염으로 인해 새만금 잼버리가 제대로 치러질지 매우 우려스럽다"며 "대회를 취소할 수 없으면 대회 전 일정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행사는 결국 강행됐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우려 속에서 열린 새만금잼버리 대회는 첫날부터 부실한 관리·운영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에 따라 4만4000명 참가자의 안전이 위협받았다는 지적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