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 못 이긴 가축 '헉헉'…지자체 "분무시설·환풍기 지원"
탄저병 예년보다 열흘 빨리 발생해…농진청 "철저한 방제 필요"

전국 곳곳에 큰 상흔을 남긴 장마가 끝난 뒤 체감온도가 35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장마 뒤 찾아온 폭염에 농가 비상…가축폐사·병해충 기승 우려
더위를 이기지 못한 닭이나 돼지 등 가축이 집단으로 폐사하는 사례가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고, 폭우와 폭염이 반복된 여파로 병해충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 가축들도 '죽을 맛'…제주 양식장도 '초긴장'
폭염에 약한 닭이나 돼지 등의 가축들은 30도 이상 고온이 지속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이는 면역력과 생산성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심각할 경우에는 폐사한다.

충북에서는 도내 전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난달 28일부터 닷새간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 피해 신고가 37건(2만5천291마리) 들어왔다.

닭이 2만5천125마리(99.3%)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어 돼지 163마리, 오리 3마리 순이었다.

충남에서도 닭 2만3천215마리, 돼지 1천941마리가 폭염으로 죽어 모두 2만5천156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남 지역 25개 축산농가에서도 가축 1만656마리(닭 1만400마리ㆍ오리 160마리ㆍ돼지 94마리)가 더위를 못 이기고 죽었다.

전북에서는 닭 5천480마리, 오리 551마리, 돼지 292마리를 포함해 총 6천323마리가 폐사했다.

불볕더위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가축 사육 농가는 비상이 걸릴 상황이다.

충북 음성군 원남면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박모(65)씨는 "요즘 같은 때는 냉방장치가 잘 도는지 계사 내부 온도가 몇 도인지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돌아다녀야 하므로 잠시도 여유 부릴 틈이 없다"고 말했다.

장마 뒤 찾아온 폭염에 농가 비상…가축폐사·병해충 기승 우려
해역 역시 비상이다.

현재 제주 해역에는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광어는 서식 수온이 섭씨 28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산소 부족과 면역 저하로 폐사 가능성이 커진다.

아직 당국에 접수된 피해는 없지만 폭염이 계속되면 집단 폐사 가능성이 있어 양식장 어민들은 산소 발생기를 연신 돌리고 있다.

경남 통영시 산양읍 연화리 인근 해상 1헥타르(㏊) 규모 가두리 양식장에서 조피볼락(우럭) 28만여마리와 참돔 6만여마리를 기르는 이모(53)씨는 "요즘 같은 폭염에는 어민 전체가 초비상"이라며 "새벽부터 나와 물고기 상태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폭염에 따른 가축 폐사 등 축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393억원을 투입한다.

도는 취약 농가 2천여 곳에 폭염 대비 면역 증강제 25t을 지원하고 축종별 안개 분무 시설, 정수 시설, 환풍기, 냉난방기, 차열 페인트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경남도와 전북도는 축산재해 최소화를 위한 '축산재해대책상황실'을 운영한다.

충북도 관계자는 "축사에 차광막을 설치하거나 송풍기를 활용, 축사 내 공기를 순환시켜 주고 신선한 물을 공급해 줄 것을 농가에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병해충 기승부릴까…농촌 들녘은 비상
폭우에 이은 폭염으로 농작물 병해충 피해도 크게 우려된다.

사과 주산지인 경북에서는 예년보다 열흘 정도 빨리 탄저병이 발생했다.

경북농업기술원은 지난달 27일 사과 주산지에서 병해충 예찰을 한 결과 영주, 봉화, 청송 등에서 탄저병 발생을 확인했다.

장마 뒤 찾아온 폭염에 농가 비상…가축폐사·병해충 기승 우려
사과 탄저병은 주로 과실이 익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발생하는데, 흑갈색 반점이 생기면서 과실이 썩는다.

일 평균기온이 23∼27℃에 달하고 강우가 지속되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확산한다.

강원도는 고랭지 배추 등에 역병과 무름병이 발생하지 않을까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배추 무름병은 땅과 닿은 부위에 생긴 반점이 점차 포기 전체로 퍼지면서 흐물흐물 썩는 병으로 심한 악취도 발생한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고랭지 작물 상태는 평년과 비슷하거나 더 양호하다.

하지만 전국 각 지자체는 폭염 피해에 대비해 적절한 약제를 뿌리는 등 서둘러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또 배추의 경우에는 조기 출하를 유도하고 있다.

벼의 경우는 습도가 높고 일조량이 적은 장마철 이후 벼 잎도열병이 자주 발생한다.

집중호우 뒤 고온 환경에서 나타날 수 있는 햇볕 데임(일소) 증상도 흔히 나타난다.

농촌진흥청은 폭염에 대비해 노지 작물은 물론 시설하우스 재배 작물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 김기영 소장은 "불볕더위 속에서 온실 작물 역시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차광막, 안개 분무 장치, 환기팬을 잘 가동하고 병해충이 생기지 않도록 바닥에 물을 잘 빼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승현 김동철 우영식 백나용 이해용 이승형 장지현 홍현기 김소연 박정헌 김형우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