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보다 76.7% ↑…식당가, 소량 구매·리필 제한 등 나서

"상추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배추를 대신 내놓아야 하나 고민했어요.

손님이 상추를 남기면 재활용할 수도 없고 참 속상합니다"
[르포] 수해·폭염에 상춧값 급등…고깃집도 주부도 '절레절레'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에서 돼지갈비집을 운영하는 허강현(30)씨는 지난 1일 오후 근심 어린 눈빛으로 손님상에 올릴 상추를 접시에 담았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농경지와 농업시설이 침수돼 상추와 깻잎 등 시설채소 가격이 급등했다.

열기에 취약한 상추의 경우 뒤이은 폭염 때문에 수급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허씨가 금방 시드는 꽃상추 대신 그나마 오래 유지되는 청상추를 쓰기 시작한 배경이다.

허씨는 "수해로 가격이 오른 것도 문제인데 폭염에 상추 상태가 말이 아니다"며 "시들어 있는 게 너무 많아 박스 단위로 사지 않고 당일에 쓸 것만 조금씩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청상추 도매가격은 4㎏에 6만2천200원으로 한 달 전(3만5천200원)보다 76.7% 뛰었다.

깻잎은 지난달 2㎏당 2만8천335원에서 4만1천420원으로 46.2% 올랐다.

인근에서 삼겹살 식당을 운영하는 최서용(65)씨는 쌈 채소 리필을 한 번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최씨는 "상추가격이 지난주 4㎏에 12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렇다고 삼겹살집에서 상추를 내지 않을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르포] 수해·폭염에 상춧값 급등…고깃집도 주부도 '절레절레'
치솟은 채솟값에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인근 식자재마트에서는 연기자(60)씨가 상추 봉지에 붙은 가격표를 보고는 고개를 내젓더니 발걸음을 돌렸다.

연씨는 "채소 가격이 급등한 걸 마트에 들릴 때마다 체감한다"며 "식구들이랑 고추장을 넣어 쌈 채소를 싸 먹는 걸 즐기는데 당분간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도매상인들의 상황도 어렵다.

봉명동 도매시장에서는 채소 가격에 놀라 구입을 포기하는 소비자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도매상인 유환주(60)씨는 "식당 사장님들이 고깃값보다 상춧값이 더 높다고 아우성"이라며 "산지에서 비싸게 들여왔는데 팔리지 않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르포] 수해·폭염에 상춧값 급등…고깃집도 주부도 '절레절레'
다른 상인 정경래(75)씨는 "산지에서 가지고 오는 양을 5분의 1로 줄였다"면서 "그중에서는 수해와 폭염에 상한 것도 많아 단골들을 다 잃게 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이곳에서 만난 주부 김춘래(63)씨는 "마트보다는 도매시장이 싸서 이곳에 들렸는데 터무니없는 가격을 보고 놀랐다"며 "당분간은 식단에 채소류를 줄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전국의 농지 3만6천252㏊가 침수 및 낙과 피해를 봤고, 비닐하우스 등 농업시설 61.2㏊가 파손됐다.

특히 상추와 깻잎, 시금치, 양파의 피해가 컸다.

chase_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