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경기도 파주의 율곡 이이 유적지인 자운서원 앞에 주차한 테슬라 모델Y RWD(후륜구동)의 뒷모습. 5인승 SUV로 최대 2158L의 적재 공간을 갖췄다. 4인 가족이 넉넉하게 이용할 수 있다.  /사진=백수전 기자
지난달 28일 경기도 파주의 율곡 이이 유적지인 자운서원 앞에 주차한 테슬라 모델Y RWD(후륜구동)의 뒷모습. 5인승 SUV로 최대 2158L의 적재 공간을 갖췄다. 4인 가족이 넉넉하게 이용할 수 있다. /사진=백수전 기자
“모델Y 승차감이 많이 좋아졌네요, 이젠 패밀리카로 손색이 없겠어요”

지난달 28일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경기도 파주. 율곡 이이 유적지에 자리한 자운서원은 가족들과 한적하게 드라이브 오기 좋은 곳입니다. 너른 대지의 고즈넉한 한옥은 흰색의 이 차와 잘 어울립니다. 최근 장안의 화제가 된 중국산 테슬라,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 후륜구동(RWD)입니다.

모델Y RWD의 가격은 5699만원. 전기차 보조금(국고+지자체)과 할인 혜택 등을 적용할 경우 실구매가격은 4000만원대 후반까지 떨어집니다. 미국산 모델Y 롱레인지 대비 3000만원 가량 저렴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출시 며칠 만에 사전 예약 1만대를 넘는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한국경제 [테슬람이 간다]는 국내 언론 처음으로 모델Y RWD를 1박 2일 시승했습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서 출발해 강변북로와 자유로를 거쳐 파주 임진각까지 총 200㎞를 달렸습니다. 지난달 29일 보도한 「모델Y 내러티브 시승기 (1) 중국산 차 오해와 진실」에 이어 이번 2편은 실제 주행에 대해 다룹니다. 이 전기 SUV가 패밀리카에 적합한지 판단하기 위해 기자의 가족이 함께 시승했습니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파주의 율곡 이이 유적지인 자운서원 앞에 주차한 테슬라 모델Y RWD. 둥글한 디자인의 테슬라 차량은 한옥과 잘 어울린다. /사진=백수전 기자
지난달 28일 경기도 파주의 율곡 이이 유적지인 자운서원 앞에 주차한 테슬라 모델Y RWD. 둥글한 디자인의 테슬라 차량은 한옥과 잘 어울린다. /사진=백수전 기자

모델Y RWD의 첫인상

(상당수 가정의 차량 구입 결재권(?)이 여성에게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여성들은 어떤 차를 좋아할까요. 기자 주변에선 예쁜 디자인의 세단보다 SUV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차량 전고가 높아 타고내리기 쉽고 운전이 편합니다. 넓은 실내 공간은 아이들과 반려동물을 태우기 좋습니다.
테슬라 모델Y의 트렁크는 7인승의 대형 SUV인 모델X보다 더 넓어 보인다. 뒷좌석을 접으면 두 명 정도 차박도 가능하다. /사진=백수전 기자
테슬라 모델Y의 트렁크는 7인승의 대형 SUV인 모델X보다 더 넓어 보인다. 뒷좌석을 접으면 두 명 정도 차박도 가능하다. /사진=백수전 기자
모델Y RWD의 트렁크를 열어 봅니다. SUV답게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최대 2158L의 적재 공간을 갖췄습니다. 7인승 대형 SUV 모델X보다 오히려 더 넓어 보입니다. 뒷좌석을 접으면 2명 정도 차박도 가능합니다.

뒷좌석도 여유가 있습니다. 어린아이는 물론이고 성인 2명이 앉아도 넉넉합니다. 차량 천장을 덮은 글래스루프는 탁 트인 스카이 뷰를 제공하지만, 한여름의 뙤약볕은 부담스럽습니다. 특히 여성들에게 큰 단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모델Y RWD는 테슬라가 국내 출시한 차량 중 가장 저가 모델입니다. 그런데도 기본 장착된 옵션은 상위 모델인 롱레인지와 차이가 없습니다. 특히 오디오가 훌륭합니다. 테슬라에 따르면 스피커 13개, 서브우퍼 1개, 앰프 2개가 장착됐습니다. 음악을 틀어보면 웬만한 프리미엄 차 못지않은 풍부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차량 천장을 덮는 글래스루프는 테슬라 차량의 특징이다. 뒷좌석에 앉으면 탁 트인 스카이 뷰를 제공하지만, 한여름의 뙤약볕은 부담스럽다. /사진=백수전 기자
차량 천장을 덮는 글래스루프는 테슬라 차량의 특징이다. 뒷좌석에 앉으면 탁 트인 스카이 뷰를 제공하지만, 한여름의 뙤약볕은 부담스럽다. /사진=백수전 기자

앞좌석 승차감 ‘탄탄’, 뒷좌석은 ‘통통’

운전석에 앉았습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차량이 출발합니다. 5분 남짓 달렸을까요. “승차감이 확실히 좋아졌네요” 기자의 모델Y 시승은 지난해 6월과 올해 4월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앞서 두 차례 시승은 미국산 롱레인지 버전이었습니다.

처음 시승했던 모델Y는 그야말로 돌덩이 위에 탄 듯 딱딱했습니다. 마치 BMW의 E92 3시리즈를 처음 탄 느낌이었달까요. 모델Y의 불편한 승차감은 차주들에게도 악명이 높았습니다. 두 번째로 시승한 2023년형 모델Y는 승차감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단단하지만 부드러웠습니다. 모델Y RWD는 이보다 조금 더 편하게 개선된 느낌입니다. 다만 일각에서 말하는 제네시스급엔 미치지 못합니다.

뒷좌석 승차감은 기존 대비 나아졌지만, 앞좌석보단 떨어집니다. 노면을 제법 탔고 통통 튀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약간의 멀미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시승차의 20인치 휠(옵션 가격 257만원)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바퀴 휠이 커지면 승차감이 떨어집니다). 모노레일을 탄 듯 부드러운 모델X와는 격차가 있었습니다. (모델X엔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됐습니다.)

테슬라의 승차감과 관련, 과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와 얽힌 일화가 있습니다. 2009년 모델S 개발 당시 한 엔지니어는 머스크에게 차량 서스펜션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BMW처럼 날렵함을 강조할까요, 렉서스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줄까요?”

이에 머스크는 다음과 같이 대꾸했습니다. “나는 차를 엄청 많이 팔아치울 거야. 그러니 많이 팔릴 만한 차에 알맞은 서스펜션을 사용해. 알아들어?”(팀 히긴스 『테슬라 전기차 전쟁의 설계자』) 모델Y의 승차감이 꾸준히 개선된 이유라 할까요.
지난달 28일 모델Y RWD가 시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운전석의 15인치 디스플레이가 좌우 및 후방 카메라로 주변 도로 상황을 보여준다. /사진=백수전 기자
지난달 28일 모델Y RWD가 시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운전석의 15인치 디스플레이가 좌우 및 후방 카메라로 주변 도로 상황을 보여준다. /사진=백수전 기자

중국산 테슬라, 자율주행 ‘너프 논란’

모델Y RWD가 고속화도로인 자유로로 나왔습니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아봅니다. 보통의 테슬라는 밟는 즉시 차량이 달려 나갑니다. 하지만 시승차의 속도계는 그리 빠르게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 6.9초. 가솔린 터보엔진 SUV 수준입니다. 단일모터의 한계입니다. 이 차량의 지향점이 패밀리카라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다음은 테슬라의 최대 특징인 자율주행 시험입니다. 이 차량엔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칩 ‘하드웨어 3.0(HW 3.0)’이 장착됐습니다. 고급 차량인 모델S와 모델X엔 최신 HW 4.0입니다. 과거 머스크는 HW 3.0과 HW 4.0 간에 자율주행 성능 차이가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시승한 차량은 904만원짜리 FSD(Full Self Driving) 옵션이 적용됐습니다.

국내 FSD는 주행 보조 기능인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NOA)과 △자동차선 변경 △자동 주차 △차량호출 등의 기능을 쓸 수 있습니다. △교통신호등 감지 △시내 자율주행은 북미에서만 서비스됩니다. 사람이 차량의 운전을 책임지는 레벨2 수준입니다.

주행 중 오른쪽 칼럼 시프트를 두 번 내리면 ‘띵’ 소리와 함께 오토파일럿이 활성화됩니다. 스크롤을 위아래로 조작하면 최고 속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시속 80㎞로 맞추고 가속페달에서 살며시 발을 떼봅니다. 운전대엔 손만 슬쩍 걸쳐봅니다.
지난달 28일 자유로에서 오토파일럿 모드로 자동 차선 변경을 하고 있는 모델Y RWD. 중국산 테슬라는 기존 미국산에 비해 자율주행 기능이 보수적으로 바뀌었다. /사진=백수전 기자
지난달 28일 자유로에서 오토파일럿 모드로 자동 차선 변경을 하고 있는 모델Y RWD. 중국산 테슬라는 기존 미국산에 비해 자율주행 기능이 보수적으로 바뀌었다. /사진=백수전 기자
“어, 어? 이거 왜 이래?”

기자는 과거 여러 차례 테슬라를 시승하면서 오토파일럿의 성능에 감탄했습니다. 그런데 모델Y RWD의 오토파일럿은 뭔가 어색합니다. 수시로 운전대를 잡으라고 경고합니다. 기존엔 알아서 척척 차선을 바꿨는데, 이젠 운전사에게 변경 승인을 요청합니다.

차선 변경에 실패하면 재차 승인 요구를 합니다. 기존 미국산 차량은 실패해도 알아서 다시 시도했습니다. 인간 초보운전 급의 똑똑했던 ‘테 기사’가 약간 바보가 된 느낌입니다. 깜빡이만 넣으면 됐던 차선 변경도 운전대를 계속 잡고 있는지 체크합니다.

한 마디로 오토파일럿의 조건이 엄격하게 바뀌었습니다. 이 문제는 테슬라 차주 카페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중국산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 미국산 대비 ‘너프’(성능이 낮아지는 패치란 뜻의 게임 용어) 됐다는 겁니다. 이에 테슬라코리아 관계자는 “미국산 테슬라는 한미 FTA 규정으로 미국 법규를 적용받지만, 중국산은 국내 법규를 적용받기 때문에 자율주행 기능에 차이가 있다”며 “중국산은 오토파일럿이 보수적으로 세팅됐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는 FSD 및 강화된 오토파일럿(EAP) 옵션 구매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슈입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은 다른 완성차 대비 앞서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입니다. 다만 국내의 FSD 옵션은 당장 쓰임새보단 미래를 위한 투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900만원은 북미시장 가격(1만5000달러) 대비 반값입니다.
테슬라는 흔히 '바퀴 달린 컴퓨터'라고 말한다. 15인치 디스플레이로 차량 기능을 조작하고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감상 및 게임도 즐길 수 있다. 태블릿PC를 사용하는 것처럼 터치감이 뛰어나다. /사진=백수전 기자
테슬라는 흔히 '바퀴 달린 컴퓨터'라고 말한다. 15인치 디스플레이로 차량 기능을 조작하고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감상 및 게임도 즐길 수 있다. 태블릿PC를 사용하는 것처럼 터치감이 뛰어나다. /사진=백수전 기자

가성비 탁월한 ‘패밀리 전기차’

많은 이들이 모델Y RWD에 가장 궁금했던 건 배터리 성능입니다. 이 차는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탑재했습니다. 정부 인증 기준 1회 충전 시 350㎞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겨울철 저온(영하 6.7도)에선 277㎞입니다. 기자는 국내 공인연비 및 전비를 신뢰합니다. 일각에서 자체 측정한 주행거리는 변수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100% 완충 상태에서 이틀간 200㎞를 달린 모델Y RWD의 배터리는 44% 남았습니다. 배터리 1% 당 평균 3.57㎞를 간 셈입니다. 역산하면 얼추 공인 주행거리와 비슷합니다. 시승 동안 네 명이 탔고 내내 에어컨을 가동했습니다. 혼자 타면 주행거리가 좀 더 늘어날 수도 있겠지요. 장거리 운전자가 아니면 일주일에 1~2회 충전으로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에 있는 테슬라 스토어. /사진=한경DB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에 있는 테슬라 스토어. /사진=한경DB
모델Y RWD는 여러 논란에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 테슬라 스토어엔 이 차량을 보러 온 고객들의 대기 줄이 생겼습니다. 대부분 30~40대 젊은 층이라는 후문입니다. 테슬라코리아 관계자는 “매장 방문 인원 수 제한으로 주말엔 30분 가량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테슬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보조금 확보가 관건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전기차는 비싼 차량입니다. 국산 내연기관 SUV 역시 4000만원을 넘나듭니다. 실구매가 4000만원 후반의 전기 SUV는 가성비 측면에서 매력적입니다. 중국산 테슬라의 등장이 국내 전기차 가격 경쟁의 도화선이 되길 기대합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