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레이. 기아 제공.
기아 레이. 기아 제공.
가격이 저렴한 대신 주행거리가 짧아 그동안 국내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올 가을부터 본격 출시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다음달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경형 전기차 레이 EV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자동차 배출가스 및 소음인증 시스템 자료를 종합하면 35kWh 배터리 용량을 탑재해 복합주행거리 약 210km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레이가 예상 스펙대로 나온다면 현대차·기아의 전기 승용차 중 처음으로 중국산 LFP 배터리를 얹는 차가 된다. 현대차·기아에서 그동안 트럭이나 상용차에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적은 있지만 승용차에 채택한 적은 없었다.

올해 나온 현대차 코나 EV와 기아 니로 EV에는 중국산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이하 NCM 배터리)가 탑재됐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배터리 업체와 손잡고 LFP 배터리를 새로 개발해 오는 2025년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다음달에는 KG모빌리티의 첫 LFP 배터리 전기차인 토레스 EVX도 출시된다. 토레스 EVX에는 중국 비야디(BYD) 배터리가 들어간다. 환경부 인증 기준으로 1회 충전으로 433km를 주행한다. KG모빌리티와 비야디는 이미 2021년부터 배터리 개발 및 배터리팩 생산을 위한 기술협력을 진행해왔다.

앞서 지난달에는 중국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한 테슬라 모델 Y 후륜구동(RWD) 모델이 국내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 모델 역시 중국산 LFP 배터리를 얹어 기존 국내에서 팔던 모델 Y 제품 대비 2000만원가량 저렴한 게 특징이다.

LFP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화재 안전성을 갖춘 것이 장점인 반면 에너지 밀도가 NCM 배터리 대비 낮아 주행거리가 짧은 것이 단점이다. 특히 저온 주행시에는 더 짧아진다.

예컨대 레이 전기차의 복합 주행거리는 210km이지만 저온(영하 6.7도 이하 기준)에서는167km까지 내려간다. 테슬라 모델 Y RWD는 350km에서 277km로, 토레스 EVX는 433km에서 333km로 줄어든다.

반면 저렴한 가격은 완성차 제조사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통상 NCM 배터리 대비 30~40% 싸다.
토레스 EVX. KG모빌리티 제공.
토레스 EVX. KG모빌리티 제공.
토레스 EVX의 가격은 4850만~5200만원으로 현대차 아이오닉 5 롱레인지(5410만~5885만원)와 기아 EV6 롱레인지(5260만~5995만원)보다 저렴하다. 아이오닉 5와 EV6에는 NCM 배터리가 들어간다. LFP 배터리를 탑재한 토레스 EVX는 일부 지자체에선 3000만원대 구입이 가능하다.

테슬라 모델 Y RWD의 경우 5699만원으로, 기존 미국에서 생산돼 국내로 수입된 모델 Y 대비 2000만원가량 저렴하고 테슬라 엔트리 모델인 '모델 3 롱레인지(5999만원)'보다 300만원 저렴하다.

제조사들이 수익을 손해보더라도 저렴한 전기차 만들기에 집중하는 것은 전기차 시장이 '치킨게임'에 들어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테슬라는 기존 모델 외에도 '반값 전기차'로 불리는 모델2(가칭) 출시를 준비 중이고, 폭스바겐은 2500만원대 ID.2, GM은 3000만원대 이쿼녹스 EV 등을 계획하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가격이 40~45%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가격이 불가피해 수익성이 떨어지는데, 완성차 업체들은 여기에서 수익을 더 낮추면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펼치는 셈이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CFO)은 지난달 27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시장이 도입기를 지나 대중화 시대에 들어가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수익성을 일부 양보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두고 비정상적인 시점을 정면돌파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