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2.3% 올랐다. 25개월 만에 가장 작은 상승폭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20(2020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3% 상승했다. 2021년 6월(2.3%) 후 가장 낮은 오름폭이다. 2.7% 상승한 지난 6월에 이어 2개월 연속 2%대로 내려앉았다.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8% 올랐다. 생활물가지수가 1%대를 찍은 것은 2021년 2월(1.7%) 후 29개월 만이다.

석유류 가격이 크게 하락하며 물가 상승률 둔화세를 이끌었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작년 같은 달보다 25.9% 떨어져 1985년 1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여행 외식비 등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가격은 1년 전보다 4.7% 상승했다. 상추 시금치 등 채소류는 1년 전 장마로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역기저효과로 지난달 5.3% 하락했다. 올여름 폭우 영향으로 6월에 비해선 7.1% 급등했다.

물가 상승세가 완만해지고 있지만 8월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지난달에는 1년 전 물가 상승률이 6.3%로 높았던 데 따른 역기저효과가 있었는데 이달부터는 이런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은 8월(5.7%)부터 12월(5.0%)까지 둔화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폭염이 얼마나 지속되는지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뛰어오를 가능성도 있다. 추석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나는 사과 배 등 제수용 과일 출하량이 폭염 피해로 줄어들 수 있고 국제 유가도 변수다. 1년 전보다 가격이 떨어졌지만 국제 유가는 최근 들어 배럴당 85달러(브렌트유 기준)에 근접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예상대로 8월부터 다시 높아질 것”이라며 “연말 물가 수준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