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자체 연구개발(R&D) 예산 5조원을 해외 한인 석학 또는 우수 연구자에게 적극 배분하겠다고 2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기준 정부 R&D 사업 예산 30조원 가운데 ‘나눠먹기 카르텔’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밝힌 뒤 부처에서 나온 첫 구체적 조치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이날 미국 실리콘밸리 팰러앨토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외 석학과 연구자가 산업부 국제 공동 R&D 예산을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국제 공동 R&D는 국내 기업 및 연구기관이 해외 연구자와 함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산업부에 편성된 R&D 예산 5조원 가운데 국제 공동 R&D에 배정된 예산은 3000억원가량이다. 이 가운데 외국 연구자가 가져가는 건 10%(300억원) 선이다. 산업부는 그동안 폐쇄적으로 운영한 국제 공동 R&D 관련 제도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우수한 연구과제를 기획한 해외 기관이 주관해 직접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정부 R&D를 수행한 뒤 내는 특허를 연구자에게 직접 주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장 차관은 “첨단 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며 “단일 국가를 뛰어넘는 대규모 기술 혁신과 함께 첨단기술 개발 역량을 가진 연구자들의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장 차관은 이날 팰러앨토 이벤트센터에서 열린 ‘한·미 산업기술 R&D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엔비디아와 구글, 미 항공우주국(NASA),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이 참여했다.

산업부는 이달부터 국내 기업과 해외 연구자를 대상으로 R&D 수요 발굴에 들어가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한·미 공동 R&D’를 시작할 계획이다. 산업기술혁신촉진법, 발명진흥법 등 관련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