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수하물처리시스템(BHS)의 개별운송시스템(ICS)에 사용되는 트레이가 자동으로 분류돼 이동하고 있다.  인천공항 제공
인천국제공항 수하물처리시스템(BHS)의 개별운송시스템(ICS)에 사용되는 트레이가 자동으로 분류돼 이동하고 있다. 인천공항 제공
1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 지하 2층 수하물처리장. 컨베이어벨트가 거미줄 같이 얽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유럽 미주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 떠나는 탑승객의 여행용 캐리어가 쉼 없이 쏟아졌다. 자동수하물표지기는 캐리어에 달린 꼬리표를 0.001초(밀리초) 만에 정확하게 읽어냈다. 시간당 2700개의 화물을 분류하는 소터는 캐리어를 행선지에 따라 정확하게 배출한 뒤 트레이에 옮겨 담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포스코그룹의 디지털전환(DX) 전문기업 포스코DX 컨소시엄을 통해 구축한 인천국제공항 수하물처리시스템(BHS) 전경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수하물은 이륙시간 전 탑승객의 행선지에 맞는 비행기에 안전하게 실린다”며 “수하물 처리 정확도는 99.9998%”라고 설명했다.

BHS는 비행기 수하물을 자동으로 운송·저장·분류하는 시스템이다. 공항의 서비스와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인프라다. 출국 탑승객이 체크인 카운터에서 맡긴 수하물은 검은색 컨베이어벨트와 노란색 트레이로 구성된 라인을 따라 이동한다. 이동 순서는 보안검색→벨트이송장치→수하물자동분류기→고속이송시스템→조기수하물저장소→출발수하물적재대 순이다. 이르면 20여 분 만에 모두 통과할 수 있다.

보안검색의 엑스레이 촬영에서 이상이 발견된 위험 수하물은 빨간색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한다. 폭발물흔적탐지기(ETD)에 도착해 추가 검색 과정을 거친다. 도착·환승 탑승객의 수하물은 자동으로 분류돼 다시 출발수하물적재대(환승)로 옮겨지거나 세관검색을 거쳐 수하물수취장(도착)으로 이동한다.

인천국제공항 BHS의 기술력은 독보적이다. 수하물 미탑재 비율은 100만 개당 2개에 불과하다.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공항, 미국 뉴욕 JFK공항 등 세계 공항의 수하물 미탑재 비율(100만 개당 111개)보다 훨씬 낮다. 포스코DX 컨소시엄이 개발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덕분이다. 수하물흐름관리시스템(BFMS)이 대표적이다. 수하물은 무선주파수 인식시스템(RFID)이 장착된 트레이에 실려 이동한다. 트레이는 최대 초속 7m로 빠르게 옮겨진다. 중앙관제실에서 BFMS를 통해 수하물 위치를 실시간 추적할 수 있다. 모든 라인은 고장 및 사고에 대비해 이중으로 구축됐다. 특정 구간이 고장 나 수하물이 이동하지 않는 것이 확인되면 BFMS는 인공지능(AI)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리라우팅’을 한다.

BHS 전체 길이는 서울에서 대전까지 직선거리(131㎞)보다 긴 141㎞다. 김포공항 BHS(3.6㎞)의 39배, 제주공항 BHS(1.2㎞)의 117배에 달한다. BHS가 설치된 전체 면적은 37만5000㎡다.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7140㎡)을 약 53개 이어 붙인 수준이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후 BHS가 22년간 처리한 수하물은 총 7억2000만 개 이상이다. 하루평균 9만 개의 수하물을 처리했다. 90㎝ 길이 수하물을 기준으로 잡아 일렬로 놓으면 지구를 16바퀴 돌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단 하나의 수하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현장에서 끊임없이 개선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