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도 HBM3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후발 주자임에도 지금까지 발표된 HBM 중 가장 빠른 속도의 제품을 내놓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격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 26일 HBM3 시제품 테스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D램을 8단으로 쌓은 2세대 제품으로, 전작 대비 대역폭이 50% 향상된 점이 특징이다. 데이터 운반 속도가 빨라져 업계 최초로 초당 1.2테라바이트(TB) 이상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마이크론 측은 “용량이 더 크고, 좋고, 빠른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대만 TSMC, 엔비디아와도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TSMC의 패키징 파트너십에 참여하고 있고, 신제품 HBM 샘플도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은 신제품 발표자료에서 이언 벅 엔비디아 하이퍼스케일 및 고성능 컴퓨팅담당 부사장이 “HBM3 2세대에서 마이크론과 협력해 인공지능(AI) 혁신을 강화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향후 엔비디아도 마이크론의 HBM3 제품을 채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마이크론은 HBM 시장에서 후발주자다. HBM과 비슷하게 D램을 쌓아올리는 HMC(Hybrid Memory Cube·하이브리드 메모리 큐브)에 사활을 걸었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빛을 보지 못했다. 2018년이 돼서야 HBM에 뒤늦게 투자를 시작했다. 시장이 개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기술에 투자해야 하는 반도체 업계 특성상 ‘타이밍’을 놓친 것은 커다란 낭패였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두 기업이 HBM 시장을 양분하는 와중에 마이크론 점유율은 10%에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마이크론이 신제품을 내놓으며 HBM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년부터는 HBM 시장에서 3사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 내년 초에는 HBM3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