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91개 단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경기 파주 운정 A34(1448가구), 남양주 별내 A25블록(380가구) 등 15개 단지에서 기둥으로 쏠리는 하중을 견딜 수 있는 보강철근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LH는 입주했거나 입주 중인 단지 7곳에 보강 조치를 시작했다. 주민 안전을 위해 민간이 발주한 무량판 구조(기둥이 콘크리트 천장 지지) 아파트의 안전점검도 할 예정이다.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LH 무량판 구조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LH가 발주한 공공주택에서 지하주차장이 무량판으로 시공된 단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설계와 감리, 시공 전 과정에서 부실을 적발했다”며 “가장 안전하고 튼튼해야 할 공공주택에서 국민 안전의 기본이 지켜지지 못한 점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 공사를 전수조사하고, 즉시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정부는 입주가 끝난 단지도 있는 만큼 주민 안전을 위해 보강 조치에 나섰다. 15개 단지 중 7개 단지는 보강을 시작했고, 나머지 8개 단지도 이른 시일 내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원 장관은 “보강 조치가 완료되면 주민이 추천한 전문기관의 정밀안전점검을 거치는 등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공공주택뿐만 아니라 민간이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에 대해서도 전수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토부는 향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구체적인 안전점검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정부는 부실시공 원인으로 건설업계의 이권 카르텔을 지적하며 근절 의지를 밝혔다. 원 장관은 “LH 담당자들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정밀 조사하고 인사 조치 및 법적 불이익을 줄 예정”이라며 “공권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전원 수사 고발 조치하겠다”고 했다.유오상/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공사 중인 경기 양주 회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A15블록)는 지하주차장 기둥 154개가 모두 부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설계 단계에서 구조 계산이 누락돼 아예 전단보강근이 설계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단지 중 15곳에서 보강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LH는 부실이 확인된 단지의 정밀안전진단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등 신뢰 회복에 나설 방침이지만, 입주(예정)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총체적 부실 확인된 LH 아파트31일 LH에 따르면 무량판 구조로 설계된 아파트 91개 단지 중 15개 단지에서 보강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 LH는 “설계 과정에서 계산이 잘못됐거나 도면 표시가 누락된 단지가 10곳, 시공 과정에서 누락된 단지가 5곳”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과정을 감독해야 할 감리마저 부실시공을 확인하지 못하며 사실상 모든 과정에서 부실이 드러났다.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설계 과정에서 전단보강근 누락 사례가 다수 발견됐고, 감리에서도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 확인됐다”며 “인천 검단신도시 사고와 같이 설계와 시공, 감리 등 모든 과정에서 부실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보강 철근이 누락된 15개 단지 가운데 8개 단지의 감리 업체는 LH 퇴직 직원이 재취업한 ‘전관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LH 발주 현장에서 연이어 부실이 발생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 공사를 전수 조사하고,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원 장관은 사고 조사 결과 브리핑을 주재하며 “가장 안전하고 튼튼해야 할 공공주택에서 국민 안전의 기본이 지켜지지 못한 점을 통렬히 반성한다”며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철저히 조치해 나가겠다”고 했다. 관행적으로 남아 있는 안전불감증과 부실시공 관련 이권 카르텔을 뿌리 뽑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다만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무량판을 적용한 지하주차장의 기둥 부위에 해당하고 지하주차장 상부에 건물이 없어 주거 부분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고 덧붙였다.국토부는 LH 발주 단지에 더해 민간 발주 무량판 구조 단지 100여 곳도 전수조사해 8월 결과를 공개한다. 원 장관은 “모든 아파트는 2~4년 주기로 정밀안전점검을 받아 근거 없는 불안으로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기둥 123개 중 101개 부실한 단지도LH는 입주가 이뤄진 4개 단지의 긴급 정밀안전진단에 나섰다. 문제가 발견된 15개 단지 중 5개 단지(4287가구)는 입주가 이뤄졌다. 경기 파주 운정 A34블록과 남양주 별내 A25블록, 충북 음성 금석 A2블록, 충남 공주 월송 A4블록, 아산탕정 2-A14블록이다. 금석 A2블록은 기둥 123개 중 101개에서 보강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LH는 주민의 불신을 줄이기 위해 외부 기관을 통해 안전진단을 할 예정이다. LH 관계자는 “주민에게 먼저 상황을 설명한 뒤 외부 기관을 통해 정확한 하중 계산을 할 계획”이라며 “입주민의 신뢰 회복을 우선으로 해 모든 지적 사항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장관도 “보강 조치가 완료되면 주민들이 추천하는 전문기관을 통해 정밀안전점검을 거치는 등 안전 확보에 한 치의 우려도 남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이날 부실 단지가 발표되면서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한 아파트 입주민 대표는 “보강 공사 방식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주민들은 불안해서 주차도 못 하게 됐다”고 말했다.LH는 이날 오후 7시30분 파주운정 A34블록 주민설명회를 했다. 한 입주민은 “전국에 단지명이 공개된 뒤에야 LH 주민설명회 공고를 받았다. 불안에 떠는 주민에게 먼저 설명하는 게 맞지 않냐”며 “입주민 사이에 집단소송을 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불안함을 호소하는 입주민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보강 철근 누락 단지 거주자는 “국토부 발표 이후 주변에서 계속 연락이 온다”며 “부실시공한 단지에 사는 것도 두렵고, 이로 인해 분양받은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까 봐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입주가 완료된 단지 중에는 오는 9월 30일까지 보강 공사가 진행되는 곳도 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보강 조치를 끝마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유오상/서기열 기자 osyoo@hankyung.com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난 4월 초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안단테)의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로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전관 특혜’를 지목하고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LH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실련의 공익감사 청구를 적극 수용하고 이후 진행될 감사원 조사에도 협조할 예정”이라며 “비위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기관 고발 조치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그러면서도 이와 관련해 진행된 내외부 조사와 감사에서 전관 의혹과 관련한 부정행위 처분 사례는 없었다는 점을 명시했다. LH는 “업체 선정 때 심사위원은 100% 외부 위원으로 구성하고 심사 전 과정을 유튜브 생중계로 공개하고 있다”며 “퇴직자 유관 기업 수의계약 금지, 임직원의 퇴직자 접촉 금지, 퇴직자 취업 제한 확대 등 입찰·심사·계약 전 과정에 다른 공공기관보다 더 엄격하고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전관 등 이권이 개입될 여지를 차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경실련은 이날 서울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LH가 발주한 검단신도시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원인으로 전직 LH 임직원이 설계와 감리 업체 등에 취직해 영업활동을 해온 전관 특혜를 꼽았다.경실련은 “붕괴 사고가 난 검단신도시 아파트의 설계와 감리(건설사업관리)를 맡은 업체가 모두 LH 전관 영입 업체임을 확인했지만, 정부는 애써 외면했다”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그 어떤 실태 조사나 재발 방지 대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