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가 2분기 영업 실적을 일제히 발표했습니다.

3사 모두 외형은 크게 성장했지만 내실, 즉 수익성 측면에서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1부 이지효 기자와 함께 알아 보겠습니다.

이 기자, 일단 국내 배터리 3사의 2분기 실적은 어땠습니까?

<기자>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전반적으로 호실적으로 상반기를 마무리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매출 8조 7,735억원, 영업이익 4,606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보다 실적이 크게 개선됐죠.

다만 시장 기대치가 워낙 높았기 때문에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는데요.

우선 2분기 영업이익이 이달 초 발표했던 잠정 실적보다 1,510억원 축소됐습니다.

이 잠정치 자체도 증권가의 평균 전망치인 6,882억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고요.

지난해 7월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GM의 전기차 볼트 EV 모델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리콜이 진행 중인데요.

최근 배터리 원재료비가 상승하면서 비용이 더 발생했습니다.

게다가 GM의 생산 차질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출하량이 줄었고, 자연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AMPC) 규모가 축소됐죠.

SK온 역시 이번 분기에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실적 자체는 SK온이 출범한 이래 최대 매출을 거뒀지만, 흑자 전환은 실패했는데요.

전 분기보다 적자 폭을 2,000억원 이상 줄여 손실 폭을 1,315억원까지 축소하는데 만족했습니다.

<앵커>

외형은 크게 성장하지만 수익성은 시장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는 얘기군요.

반면 오늘의 주인공 삼성SDI의 실적은 어땠길래,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겁니까.

<기자>

앞선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의 실적은 미국 IRA에 따른 세금 환급이 반영된 수치입니다.

미국 정부가 북미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에 대해 세금을 환급해 주는데, 2분기에만 LG에너지솔루션 1,109억원, SK온 1,670억원이 반영됐습니다.

이 금액이 회계상 이익으로 반영되면서 적자 폭을 줄이는 등 실적에 상당한 역할을 했는데요.

하지만 아직 북미에 생산 기지가 없는 삼성SDI는 이 혜택이 적용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거뒀습니다.

삼성SDI는 2분기 매출 5조 8,406억원, 영업이익 4,502억원 수준인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입니다.

1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에 비해 매출 규모는 훨씬 작지만 영업이익은 비슷한 수준이죠.

<앵커>

삼성SDI는 IRA 세제 혜택, 즉 미국 정부가 꽂아주는 현금도 없는데 어떻게 수익성이 좋은 걸까요?

<기자>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차이는 고객사입니다.

배터리 셀 업체는 배터리를 공급하는 완성차 업체의 판매량에 영향을 받게 되는데, 삼성SDI의 주요 고객사는 BMW와 아우디, 리비안 등입니다.

BMW 등 고급 차종의 판매가 잘 됐고, 당연히 이들 차량에 탑재될 배터리는 프리미엄 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SDI는 주로 이들 고객사의 고급 차량에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했습니다.

실제로 삼성SDI는 지난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고부가 중심의 전략이 주효했다고 밝혔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이 고객사 GM의 영향을 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삼성SDI는 지난해 배터리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연구개발(R&D)에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지금까지 확장보다 내실에 집중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이 공격적으로 배터리 공장을 증설할 때, 삼성SDI는 크게 가세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삼성SDI는 북미에 3곳의 공장을 건설하거나 추진 중에 있는데요.

이 마저도 1곳은 지난주 24일, 그러니까 아주 최근에 결정됐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8곳), SK온(6곳)의 생산 기지와 비교하면 작은 규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결국은 '내실을 키운' 삼성SDI의 전략이 통했다는 거네요.

<기자>

네, 이 결과가 결국 높은 수익성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률은 4.7% 수준이고, SK온은 마이너스 수익률입니다.

반면에 삼성SDI는 이보다 월등히 높은 8.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바 있죠.

상반기를 놓고 봐도 결과는 같습니다. 올해부터 미국 IRA 혜택이 반영되기 시작했는데, 이걸 제외하고 수익성을 계산해 봤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률이 4.8%, 삼성SDI가 7.3% 가량으로 나왔습니다.

확장보다는 내실을 중시했던 삼성SDI의 수익성이 뛰어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전략이 앞으로도 옳을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올해부터 IRA 혜택이 본격화되는데 삼성SDI가 너무 보수적인 것은 아닐까요?

<기자>

삼성SDI가 하반기부터 북미 중심의 공격적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데다, IRA 혜택이 구체화되면서 시기적으로 적절하다는 판단인데요.

삼성SDI는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2025년 미주에서의 생산 60%를 충족할 예정이고, 이후 매년 10%씩 비율을 확대할 예정이다"며

"모듈 공정 현지화, 셀·분리막·전해액 공급사 북미 진출 등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본격적인 증설이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최근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2공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한 바 있죠.

자금 유치에 몸살을 앓던 경쟁사와 달리, 삼성SDI가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 자산도 10조원에 달합니다. 실탄도 든든하게 확보한 겁니다.

스텔란티스 1공장이 가동되는 2025년부터 IRA 효과가 반영되면 더 탄탄한 실적 흐름이 기대되는데,

삼성SDI의 전략 선회가 점유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하반기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지효기자 jhlee@wowtv.co.kr
'쩐의 전쟁' 배터리…삼성SDI '차별화'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