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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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록적인 실적을 낸 에너지 기업들의 ‘성적’이 올해는 부진하다.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서 기업들의 이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전쟁 특수 끝났다…웃지 못하는 셸·토탈에너지
영국 석유기업 셸은 2분기 조정 순이익이 51억달러(약 6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115억달러)보다 55.8% 감소했다고 지난 27일 발표했다. 2년 전인 2021년 2분기(55억달러)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직전 분기인 1분기(96억달러)와 비교해도 크게 줄었다.

셸은 지난해 순이익 399억달러로 창사 이래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서다. 정유사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함께 상승했고, 셸의 거래가 증가하면서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유럽의 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은 지난해 메가와트시(㎿h)당 340유로까지 올랐으나 최근엔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8유로 선으로 하락했다. 셸은 유가·가스 가격과 정제마진 하락, 액화천연가스(LNG) 거래 감소 등이 2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에너지 기업인 토탈에너지도 2분기 조정 순이익이 50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9% 줄었다고 발표했다. 토탈에너지에 따르면 2분기 LNG 가격은 MMbtu(가스 열량 단위)당 평균 10달러로 지난해 8월 50달러의 5분의 1로 급락했다.

에너지 기업들은 지난해 올린 이익 대부분을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 주주 이익 제고에 사용했다. 2000년대 기업들이 셰일혁명 초창기 설비투자에 앞다퉈 나선 뒤 유가가 급락하면서 줄도산한 ‘아픈 기억’이 있고, 주주들의 압박도 거세서다. 다만 청정에너지가 차세대 주력으로 주목받으면서 전통 에너지 기업들도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셸은 “재생에너지 발전 분야에서 다른 파트너와 협력해 저탄소 제품을 공급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