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실적시즌 입니다. 사업을 잘해서 더 나은 실적을 달성한 기업들은 저마다 성장한 회사의 모습을 추켜세우기에 여념이 없는데요.

그런데 반대로 좋은 실적을 내고도 이를 쉬쉬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은행권입니다.

매번 실적 발표 때마다 서민들 대상으로 이자장사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은행들.

그 주홍글씨를 떼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들여다 봅니다.

경제부 신용훈 기자입니다.

신기자, 우리나라 은행들 실적이 좋게 나올 때마다 과도한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서 수익을 많이 가져가고 있는 건가요?

<기자>

우선 은행들의 수익성 지표로 쓰이는 순이자마진(NIM)은 올 1분기 기준으로 1.68% 입니다.

순이자 마진은 금융기관이 예대마진을 포함해 벌어들인 순수익을 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를 말하는데요 .

이 순이자마진은 2009년 금융위기때 잠깐 1%대로 떨어졌던 적을 빼고 2013년 이전까지는 계속해서 2% 이상을 유지 했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10년간은 전반적으로 하향 추세를 보이면서 1%대 중반을 밑돌기도 했습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지금 은행들의 이자마진율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해외 은행들하고 비교하면 어떤가요?

<기자>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으로 미국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은 3.08% , 중국은 2.25%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가 1.72%였던 것하고 비교하면 0.5~1.5%포인트 안팍 순이자마진율이 더 높습니다.

한편 영국(1.32%)과 독일(1.31%), 프랑스(1.02%) 등 유럽국가 들하고 비교했을 때 국내은행이 더 높긴 하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또다른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 ROA를 보더라도 국내은행은 0.58%로 영국(0.1%)이나 프랑스(0.5%), 중국(0.4%)보다는 높습니다만 미국(1.2%)이나 캐나다(1.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자기자본이익률인 ROE 역시 북미 국가들보다는 낮은 상황입니다.

<앵커>

데이터 상으로 해외 은행들에 비해서 마진율이 높다고 볼 수 만은 없다는 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자장사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이자이익 중심의 사업구조 때문입니다.

국내 은행의 수익구조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94%에 달합니다.

글로벌 100대 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이 6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1.5배 정도 더 큰 셈입니다.

수익의 대부분을 이자이익에서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조금만 올라가도 전체 실적이 크게 뛰는 효과가 있고, 이 때마다 '이자장사' 논란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앵커>

기준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것이 은행들이 이자장사 한다는 눈치를 받고 있는 원인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 은행은 왜 이렇게 이자장사에만 매달려 있는 겁니까?

<기자>

다른 걸 하고 싶어도 제도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은행은 투자일임업이나 방카슈랑스 같은 자산관리서비스를 하는 것이 법으로 막혀 있습니다.

은행이 자산운용을 대신해주고 여기에 대한 수수료를 받지 못하도록 돼있는 겁니다.

지금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사들만 투자일임업을 할 수 있고 은행은 ISA,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한해서만 투자일임업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이자수익에만 치우쳐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투자일임업할 수 있도록 규제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지만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계가 반발하고 있어 쉽게 해결될지는 미지수 입니다.

<앵커>

은행들 비이자수익 강화하기 위해선 금산분리 규제 완화도 필요해 보이는데 어떤가요?

<기자>

금산분리 완화는 은행권의 오랜 숙원 이기도 하고 금융당국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규제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비금융권의 반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는 데이터나 인력소개 사업, 마케팅과 광고 사업에도 은행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거든요. (2016년 법개정)

교토은행의 경우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호텔을 입점시켜서 수익사업을 하고 있고, 미츠비시 파이낸셜그룹은 기업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가 기업이 원하는 시기에 재고를 재매각하는 기업재고 처리 상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싱가포르는 비금융 사업 진출이 아시아권에서는 상당히 활발한 편인데요. DBS와 UOB금융그룹은 각각 주택과 자동차, 여행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JP모건은 식당예약과 식당리뷰앱 사업을 하고 있고, 독일 등 유럽 은행들은 알뜰폰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앵커>

국내 은행들도 알뜬폰 사업이나 배달앱 서비스 같은 비금융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나요?

<기자>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서 비금융 사업에 진출하고는 있습니다.

기존 규제를 최소화 해서 일부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열어주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은행법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내부 자산과 물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기존 서비스에 더해서 추가 서비스를 만들려면 금융위에 변경신청을 한 뒤에 다시 심사를 받아야하는 형편인데, 이자장사 논란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금융사들이 보다 자유롭게 사업진출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푸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경제부 신용훈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 김준호

CG : 홍기리


신용훈기자 syh@wowtv.co.kr
이자장사에 몰두한 은행…규제가 불균형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