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시설 등 임의로 시공, 벽체 등에 균열 발생…"정밀진단 필요"
부산오페라하우스 공사 곳곳 부실…위법·부당사항 12건 적발
파사드(비정형 입면) 공법에 대한 논란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공사 곳곳에서 부실시공이 확인됐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사업 추진실태에 대한 특정감사를 벌여 모두 12건의 위법, 부당 사항을 적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관련자에게 징계 3건, 훈계 7건, 주의 8건 등 신분상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A사는 옥내 소화전, 스프링클러, 연결송수관 등을 설계와 달리 연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소방 배관 전체를 무자격자에게 용접하도록 해 시공비를 13억원의 4분의 1가량으로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B사는 또 급수·급탕·공조 냉난방에 쓰이는 스테인리스 강관 7천∼1만곳의 용접을 설계와 다르게 해 1억원 안팎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C사는 지하층 골조 거푸집 공사 가운데 공조배관 등 설치 공사를 미등록업체에 불법 하도급해 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낙하물 방지망을 설치하지 않고 건축물 외부 공사를 진행한 사실도 적발됐다.

시 감사위는 이에 따라 관련 설비의 전면 재시공과 시공사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도록 요구했다.

시 감사위는 또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물의 858개 균열 가운데 84%인 720여 곳에 대한 균열 원인이 조사돼 있지 않았고, 78곳은 구조보수가 아니라 단순 표면처리 공법으로 보수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이번 감사 기간에 벽체와 보 등 주요 구조부에서 균열 104건이 발생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고, 지반 기초말뚝이 풍화토에 받쳐져 있어 부등침하 등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외부 전문기관의 정밀 진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부산시가 지난해 10월 부산오페라하우스 파사드 공법 검증을 위해 구성한 기술자문위원회도 관련 전문가 3명 대신 행정부시장, 문화체육국장, 시의원 등 미자격자를 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건설기술진흥법을 지키지 않았다.

또 자문위는 전원 합의로 검증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트위스트 공법을 폴딩, 스마트노드 공법과 함께 검증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는 이 3가지 공법 제안자와 각각 계약을 체결하고 실시설계 및 실물모형 제작을 추진한 뒤 기술심의 등을 거쳐 오는 10월 이후 공법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사실상 중단된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공사는 10월 이후에나 본격 재개될 전망이다.

부산 오페라하우스는 오페라, 발레, 뮤지컬 등을 공연할 수 있는 대극장과 소극장 등을 갖추고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구역에 지하 2층, 지상 5층, 전체면적 5만1천617㎡ 규모로 건립된다.

2018년 5월에 착공해 당초 2020년에 준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페라하우스의 상징으로 진주를 품은 조개 모양인 파사드 건립과 관련해 설계사와 시공사 간 갈등이 빚어지고 공법 변경 등으로 사업 추진이 늦어지면서 현재 공정률은 40%에 그친다.

그러는 사이 물가 상승 등으로 사업비는 2천115억원에서 3천117억원으로 이미 1천억원가량 뛰었다.

또 파사드 공법 결정 지연과 보완 설계, 공사 기간 연장 등을 고려하면 사업비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