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펜시아리조트 임원 성추행 문제 제기하자 직책 떼고 업무 배제"
노조 "인사 전횡 심각"…KH그룹 "성추행과 관계없는 인사 불복종"

평창 알펜시아리조트를 인수한 KH그룹이 입찰 방해 혐의로 수사를 받는 가운데 그룹 임원급의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를 오히려 부당 인사 조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괘씸죄로 불이익"…입찰 방해 혐의 KH그룹, 직원 부당해고 논란
피해자인 부하직원은 성추행 혐의로 해당 직장 상사를 경찰에 고소했고 직장 내 성희롱에 따른 진정과 부당 인사·해고 구제를 각각 고용노동부와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신청한 상태다.

2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알펜시아리조트에 재직하던 A씨가 지난해 8월 알펜시아리조트로 발령 난 직장 상사 B씨로부터 회식 중 노래방에서 성추행당했다고 한 것은 지난해 9월 말이다.

A씨는 '당시 블랙아웃이 돼 기억이 없다'는 B씨로부터 성추행 피해에 대해 '엎드려 절 받기'식으로 사과받아냈지만 인사 불이익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급기야 성추행 피해 9개월 뒤인 지난 6월 말 단행된 2차 조직개편에서 B씨는 임원으로 승진했지만, 자신은 간부급 직책이 떼이고 맡은 업무의 90%마저 배제된 채 징계성 보복인사를 당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지난해 2월 강원도개발공사로부터 알펜시아리조트를 정식 인수한 KH그룹으로부터 업무 성과를 인정받아 그해 4월 1차 조직개편에서 더 큰 조직을 관리하게 된 A씨로서는 성추행 사건 이외에는 징계성 보복인사를 당할 이유가 없다고 여겼다.

"괘씸죄로 불이익"…입찰 방해 혐의 KH그룹, 직원 부당해고 논란
이에 B씨에게 이메일로 부당 인사를 호소한 A씨는 오히려 그룹으로부터 '회사의 공정한 인사명령 불복종'을 이유로 지난 4일 직위 해제 및 대기발령을 조처된 데 이어 인사위원회를 거쳐 보름여만인 지난 19일 자로 해고 통지를 받았다.

반면 직장 내 성희롱 관련 품위유지 위반으로 직위 해제 및 대기 발령된 B씨는 인사위원회에서 경징계인 견책을 받고 본래 업무에 복귀했다.

이에 A씨는 "그룹 일가의 인척인 B씨에게 감히 성추행 피해를 따지고 사과까지 받은 데다 지난달 말 보복 인사에 대해 '괘씸죄로 불이익을 준 것이냐'고 항의하며 원복시켜달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해고된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알펜시아리조트 노동조합은 "그룹의 가족 경영 체계에 따른 인사 전횡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성 비위 사건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인 만큼 재발 방지 대책을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룹 측은 "조직개편 직후 성추행 문제가 알려져 절차에 따라 B씨를 징계한 것"이라며 "성추행과 관계 없이 A씨에게 나름 중요 업무를 맡겼는데 기존 업무 복귀를 요구하며 인사 명령에 불복종해 절차에 따라 해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 알펜시아리조트 한 간부가 직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내부에서 불거졌을 때도 회사에 이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 가해자가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달 알펜시아리조트 조직개편에서 A씨를 배치한 부서는 최근 폐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괘씸죄로 불이익"…입찰 방해 혐의 KH그룹, 직원 부당해고 논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