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CJ올리브영을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혐의로 신고한 게 양사 간 문제에 머무르지 않고 공정거래법상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 지배력 판단 기준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쿠팡과 CJ올리브영 양사 모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비슷한 혐의로 제재를 받고 항소 중이기 때문이다. 이 결과가 오는 9월께 나올 전망이다.

○행정소송 판결 앞둔 쿠팡

쿠팡의 '갑질' 신고…올리브영에 오히려 得?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한 판결이 다음달 중순 내려진다. 쿠팡은 2021년 LG생활건강 등에 ‘갑질’을 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제재받은 뒤 이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진행해왔다.

공정위는 쿠팡이 2017~2020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LG생활건강 등 직매입 계약을 맺은 제조기업에 다른 유통채널의 가격을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광고를 강매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쿠팡은 “당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

LG생활건강과의 갈등이 처음 빚어진 2017~2018년 쿠팡은 G마켓과 11번가에 이은 온라인 시장 3위 사업자였으며 롯데, 신세계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경쟁사로 인식해야 한다는 논리도 펼쳤다. 이를 감안하면 쿠팡의 소매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쿠팡과 시장 지배력과 관련한 논쟁을 벌이다가 ‘대규모유통업법’까지 개정했다. 지난 1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규모유통업법에는 경영 간섭 행위 금지 조항이 신설됐다. 이에 따라 매출 1000억원 이상 등의 요건만 충족하면 바로 제재할 수 있게 됐다.

○온오프라인 사업자 경쟁 인정될까

유통업계에선 쿠팡이 CJ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신고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24일 쿠팡은 “중소 화장품업체의 쿠팡 납품과 거래를 막는 ‘갑질’을 수년간 지속해왔다”며 CJ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쿠팡은 신고서에 “CJ올리브영과 쿠팡이 서로를 경쟁 상대로 여기고 있다”고 명시했다.

CJ올리브영은 9월 공정위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에 따른 제재를 앞두고 있다. 공정위는 랄라블라, 롭스 등 경쟁 헬스앤드뷰티(H&B) 업체에 협력사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CJ올리브영을 조사해왔다. 제재 여부와 수위는 9월께 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문제는 온라인 1위 업체인 쿠팡이 H&B 오프라인 1위 업체인 CJ올리브영을 경쟁 상대로 인식한다고 밝힘에 따라 ‘시장 획정’(시장의 범위를 구분)을 재검토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에서 한 회사의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세 개 이하 사업자의 점유율이 75% 이상일 때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있는 것으로 본다.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할 경우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공정위 행보 주목

그런 만큼 쿠팡의 CJ올리브영 신고가 되레 올리브영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CJ올리브영은 오프라인 H&B 시장에선 점유율이 70%를 넘어 압도적 1위 사업자지만 쿠팡, 네이버, 마켓컬리 등 화장품을 유통하는 온라인 경쟁업체를 포함하면 12% 정도로 내려간다.

법조계 관계자는 “쿠팡의 CJ올리브영 신고 건이 기존 CJ올리브영의 시장 지배력 남용행위 제재 건과 병합되지는 않겠지만 심리 과정에서 참고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을 합친 전체 소매 시장을 기준으로 하면 양사 모두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되지 않아 제재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하수정/박한신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