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시멘트도 가격 올린다…"친환경 설비 투자하려면 인상해야"
한일·한일현대시멘트가 시멘트 가격을 인상한다고 24일 밝혔다. 쌍용C&E와 성신양회의 14% 가격 인상 이후 눈치를 보던 한일은 결국 인상 카드를 꺼냈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한일홀딩스 계열사인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는 9월 출하분부터 t당 10만5000원에서 11만8400원으로 1만3400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한일은 이번주 중 수요업계에 가격인상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앞서 국내 7개 시멘트사 중 가장 먼저 가격 인상 방침을 확정한 쌍용C&E는 14.1%(t당 10만4800원→11만9600원), 성신양회는 14.2%(t당 10만5000원→12만원) 인상을 발표한 바 있다. 두 회사는 7월 출하분부터 가격을 올렸다.

쌍용과 성신은 가격 인상 배경으로 1분기 적자를 꼽았다. 하지만, 한일시멘트는 흑자였기 때문에 레미콘 업계에선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레미탈, 레미콘 제품에서 나오는 영업이익으로 시멘트에서 줄어드는 것을 상쇄했다”며 “해마다 시멘트 영업이익을 줄어든데다 친환경 설비 투자를 하려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나머지 시멘트사인 아세아·한라와 삼표는 아직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연내 나머지사들의 가격인상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시멘트 업계는 환경부 기준에 맞춰 2027년까지 질소산화물 방지시설(SCR)을 설치해야 한다. 클링커(시멘트 반제품)를 생산하는 소성로(킬른)에 장착되는 SCR은 1기 설치마다 기본 200억∼30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킬른이 크고, 설치 공간이 협소한 시멘트 공장에서는 SCR 설치 난이도가 높아 시공 비용이 최대 700억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시멘트 업계가 가동하는 총 35기 킬른에 SCR 설비를 모두 설치하면 약 1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멘트 업계 내에서는 점진적인 인상을 통해 t당 13만∼14만원까지 시멘트 가격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시멘트 가격 인상 논란에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중재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쌍용, 성신이 인상을 고수한 데 이어 한일까지 대열에 동참하면서 원 장관의 노력도 별 소득이 없게 됐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