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설비투자 빅사이클 올라타야…국내 조선·기계·방산株 수혜"
“미국 정부가 계획한 투자 규모의 10%도 아직 집행하지 않았습니다. 기계, 조선, 방산 등 미 정부의 투자 수혜를 보는 산업과 종목을 세심히 살펴야 합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사진)은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의 공급망 재편을 위한 투자와 기술 혁신이 고금리로 인한 수요 위축과 경기 둔화 변수를 누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통화정책으로 경기가 둔화 또는 침체되더라도 해당 산업과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 부장은 “향후 2~3년 동안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투자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박 부장은 최근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2023년 상반기 증권사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글로벌 자산배분 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뽑혔다. 2015년 신한투자증권에 입사해 그해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뒤 글로벌 투자전략 부문에서만 총 11차례 ‘왕좌’를 지켰다.

그는 4개월여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금융시장을 ‘얼음 위에서의 파티’라고 비유했다. 당시 오름세를 타던 주식 시장이 미국의 강도 높은 통화 긴축 영향으로 결국 조정받을 것으로 봤다. ‘시장 전망을 바꿨냐’는 질문에 그는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한 통화 정책이 수요를 위축시키고 신용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는 시각은 바꾸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그는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Fed의 통화정책보다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과 이로 인한 기술 혁신에 더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와 산업(기업) 간 디커플링이 심화하는 그림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박 부장은 기계, 조선, 방산 업종은 장기 호황 사이클이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박 부장은 “미국 정부 투자와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2차전지보다 더 좋게 나올 것으로 본다”며 “두산, 현대, 한화 계열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커지는 사이클이 오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고금리와 고물가 상황은 장기화할 것으로 봤다. 박 부장은 “미국의 경우 4~5% 고물가가 앞으로 2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며 “원화 약세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이 주도하는 설비 투자가 1~2년 지속되면 주요 첨단산업 분야에서 전 세계는 공급과잉에 들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 2차전지,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중국, 미국, 유럽 국가 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질 것이라는 의미다. 박 부장은 “첨단 산업과 기술의 침투율이 높아지면 어느 순간 전기차가 2000만원대로 내려와 대중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결국 혁신 기업만이 장기 인플레이션을 이겨내고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며 “1970~1980년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이런 기술 혁신이 일어났다”고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