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번화가를 점령하다시피 했던 특정 화장품 제조사의 가맹점이 사라져가고 있다. 뷰티 시장의 무게중심이 온라인과 다양한 브랜드를 한데 모은 편집숍으로 이동한 결과다. 가맹점 브랜드 ‘더페이스샵’ ‘네이처컬렉션’을 운영하는 LG생활건강은 가맹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LG생활건강은 최근 가맹점주들에게 공문을 보내 기존 가맹 계약을 물품 공급 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렇게 되면 LG생활건강 제품만 팔던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매장에서 ‘올리브영’처럼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취급할 수 있다.

현재 LG생활건강의 가맹점은 400여 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지난 5월과 6월 전국 가맹점주의 의견을 수렴했는데 타사 제품을 포함해 다양한 제품을 팔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점주들에게 보상안을 제시했다. 인테리어 개선 비용과 간판 교체 비용 지원 등을 검토 중이다. 물품 공급 계약을 맺을 경우 2년간 현재의 프로모션 운용 방식도 유지한다.

LG생활건강이 가맹점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은 더 이상 가맹점 유통이 유효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뷰티 시장에서 소비자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소규모 인디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이들을 모아둔 편집숍이 주류로 부상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이 제품 기획부터 개발,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인디 브랜드의 뷰티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코로나19 영향도 크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패턴이 전환되는 와중에 팬데믹까지 덮치면서 오프라인 점포 폐점에 속도가 붙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까지만 해도 3000개에 육박하던 화장품 가맹점 수는 코로나 이후 반 토막 수준으로 감소했다.

LG생활건강뿐 아니라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세 개의 가맹점 브랜드를 보유한 아모레퍼시픽도 코로나를 거치며 매장이 확 줄었다. 2019년 말 2200여 개에서 올해 1분기 말 860개로 쪼그라들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