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시한을 한 차례 넘기며 한 달 넘게 이어진 올해 원유(原乳)가격 협상이 2차 마감 시한까지도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낙농가와 유(乳)업계는 그간 L당 69~104원 범위에서 원유가격 협상을 벌여왔다.

1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협상 2차 마감일인 이날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소위원회는 오는 24일 다시 만나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다음 협상 마감 시한도 이때 정해질 전망이다.

유업계에선 협상이 앞으로 수개월간 추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낙농가와 유업계가 제시한 금액 간 차이가 매우 크다”며 “협상이 한 달 넘게 이어졌지만, 양측이 입장 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원유가격이 전년보다 L당 49원(5.1%) 오른 996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는 이보다 더 큰 상승폭 범위(6.9~10.4%)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도 낙농가는 사료가격과 인건비 급등 등을 이유로 범위 내 최고 수준의 인상폭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유업계는 가뜩이나 수익성이 악화한 마당에 원가 부담이 더 커지는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엔 정부가 서민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제품가 인상을 자제하라”는 압력까지 넣고 있어 유업계의 부담은 예년에 비해 훨씬 커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불합리한 가격결정 프로세스로 매년 원유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는 만큼 이참에 원유가격 산정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유가격은 쿼터제(할당제)와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적용해 결정한다.

유업계는 쿼터제에 따라 수요에 상관없이 할당된 물량을 정해진 가격대로 사들여야 한다. 우유제품 수요가 갈수록 쪼그라드는 악조건 속에서도 낙농가의 생산 물량을 전부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원유 생산비용에 맞춰 가격을 결정하는 생산비 연동제는 올해부터 차등가격제가 시행돼 일부 개선됐지만, 낙농가 여론을 의식한 정부가 실질적으로 협상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유업계의 주장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원유가격 급등으로 유업체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사업 다각화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원유 소비량이 줄어 궁극적으론 낙농가에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