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2.49% 오른 시간당 9860원으로 잠정 결정됐다. 일각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라는 평가도 있지만 어려운 경제 현실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2017년 이후 ‘48.7% 급인상’의 과속페달을 밟은 탓에 이번만큼은 동결 수준의 낮은 인상이 절실했다.

이대로면 내년에는 시급 1만원 돌파가 유력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 최저임금 6030원과 비교해 보면 가속도 이런 가속이 없다. 급등한 전기·가스료, 원·부자재비에 고통받는 자영업자들은 아슬아슬한 벼랑 끝 생존 투쟁으로 내몰렸다. 주휴수당 20%와 보험료 9%를 더해 실질 최저시급이 1만3000원에 달하게 된 중소·영세기업의 부실도 깊어질 것이다. 최저임금도 못 주는 사업장 비율이 벌써 12.7%(숙박·음식업은 31.2%)인 판이라 범법자 사업주 속출도 불가피하다.

한국 최저임금은 ‘취약계층 최소 임금 보장’이라는 제도 목적을 상당 부분 충족한 지 오래다. 이미 일본(8745원·961엔)을 넘어 아시아 1위이고, 미국 20개 주보다 높다.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도 62.2%로 미국(28.0%) 일본(46.2%) 독일(54.2%) 영국(58.5%) 등 주요 선진국을 압도한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 근로자 계층에 피해를 줄 뿐이라는 점도 충분히 입증됐다. 지난달에도 ‘최저임금이 1만원 되면 최대 6만9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보고서(최남석 전북대 교수)가 나왔다.

공멸을 막기 위한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이 시급해졌다. 반대 측은 ‘저임금 업종에 대한 낙인 효과’를 들고 있지만 공감하기 어렵다. 편의점업, 택시운수업, 숙박·음식업 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다고 새삼스레 무시 업종으로 낙인찍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최저임금이 같아야 농·어업과 첨단 산업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이란 주장도 비상식적이다.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 적용도 마찬가지다. 도농 간 물가 수준과 기업의 생산성이 다른 만큼 차등 적용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한 달 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15 대 11로 아쉽게 부결된 차등 적용안을 내년에는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는 노동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노동 귀족들의 비상식적 윽박지르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