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수해 관련 법안을 7~8월 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매년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침수 방지 법안이 쏟아졌지만, 정작 통과된 법안은 없어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는 7월 임시국회를 오는 28일까지 열고, 회기 종료 하루 전날인 27일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17일 합의했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수해 관련 법안 중 가능한 것부터 우선 처리하고, 시간이 필요한 법안은 8월 국회에서 최대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국회에는 도시 침수 및 하천 범람 방지를 위한 법안이 14건 계류돼 있다.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 제정안 1건 △하천법 개정안 11건 △소하천정비법 개정안 2건 등이다.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도림천 범람으로 신림동 반지하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사건과 9월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의 냉천이 범람하면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7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하천 범람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임이자 의원이 지난해 9월 대표 발의한 하천법 개정안은 주요 지방하천을 ‘국가지원 지방하천’으로 지정하고 국가가 직접 공사하도록 해 안전을 확보하는 내용이다.

2021년 9월 노웅래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 제정안은 환경부가 10년 단위로 도시침수방지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발의된 지 각각 1~2년이 지났지만 법안은 여전히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 밖에 여야는 지난해 수해 이후 지하 침수 방지 시설 설치, 지하층 주거용 사용 허가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잇따라 내놨다. 하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이태원 참사, 전세사기 사건 등 대형 사건·사고가 터지면서 현안에서 밀려났고, 이후에는 관련 상임위가 정쟁에 휘말리면서 침수 법안은 또 뒷전이 됐다.

당정이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침수 대책을 두고도 정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날 “‘포스트 4대강 사업’으로 불리는 지류·지천 정비 사업도 체계적으로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밝히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뜬금없이 4대강은 뭔지 잘 모르겠다. 실질적인 대안을 말씀하셨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