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8일 당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정당한’ 영장 청구에는 불체포특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당의 도덕성을 회복하겠다는 취지지만, 명확한 기준 없이 ‘국민 눈높이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단서를 달아 여전히 방탄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박광온 원내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제안했고, 한 분의 반대도 없이 의견을 모았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부당한 영장 청구라고 판단하지 않는다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이 이날 공개한 불체포특권 포기의 내용은 혁신위원회가 당초 요구한 내용보다 수위가 낮아졌다. 혁신위는 모든 체포동의안에 대해 의원단이 당론으로 가결 처리할 것을 약속하고 무기명 투표에 임해줄 것을 요청했다. 반면 의원단은 명확한 기준 없이 자신들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단해 체포동의안 처리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민주당 일부 중진 의원은 검찰의 정치적 수사로부터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불체포특권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가 붙은 것은 이 같은 내부 목소리를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여권에서는 민주당이 지지율과 강성 지지자들의 주장을 근거로 주요 인사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법과 원칙에 따른 영장 청구에 ‘정당한’이란 전제를 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명확한 기준도 없이 새로운 방탄 뒤에 계속 숨어 있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 기준에) 의문을 갖는 것은 이해하지만, 민주당의 진심을 이해해달라”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호소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